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9회초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타격왕 이정후의 포효가 키움 히어로즈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키움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서 접전 끝에 두산을 7-4로 제압했다. 정규리그 5위 키움은 와일드카드 승부를 2차전으로 끌고갔다. 키움은 KBO리그 역사상 2번째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승리한 5위 팀이 됐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신설된 이래, 5위팀이 승리한 건 2016년 KIA 타이거즈와 올해 키움뿐이다.

반면 먼저 1승을 안고 시작한 정규리그 4위 두산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2015년부터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이 탈락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정규리그 두산전에서 타율 0.400(55타수 22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인 이정후가 이날도 9회 결승타 포함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키움 선발 투수 안우진은 6.1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경기 전 만난 양팀 사령탑은 선발 투수 곽빈(두산)과 안우진(키움)의 호투를 바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늘 선발로 나서는 곽빈이 부담이 있겠지만, 막내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던져야 한다"며 "직전 경기에선 잘 던졌다.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은 우리 팀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다. 훌륭한 불펜 필승조가 있지만, 안우진이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해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다른 경기보다 한 타임 빠르게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예상 외로 경기 초중반에는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1999년생 동갑내기 영건 곽빈과 안우진은 4회까지 나란히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곽빈은 4회까지 최고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볼넷 2개만 내주고 4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안우진 역시 최고 시속 157km짜리 빠른 공으로 삼진 6개를 곁들여 퍼팩트 행진을 펼쳤다.

팽팽한 0의 행진을 깬 건 키움이었다. 5회초 선두타자 송성문이 2루타를 터뜨리며 단숨에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다음타자 윌 크레익이 투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전병우가 볼넷을 얻어 출루하며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진 1사 1,3루 기회에서 이지영이 천금같은 적시타를 터뜨려 선제점을 올렸다. 곽빈은 다음 타자 변상권을 삼진으로 잡은 뒤 이현승과 교체됐다.

반면 안우진은 맹렬한 기세를 이어갔다. 1-0으로 앞선 5회말 2사 후 허경민에게 볼넷, 박세혁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1,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박계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에도 2사 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두산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가을야구 단골 팀. 두산이 쉽게 물러날 리 없었다. 7회말 안우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재환의 볼넷과 허경민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 기회에서 대타 김인태의 좌중간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호투하던 안우진을 강판시키고, 1루측 내야를 가득 메운 채 열띤 응원을 펼치던 두산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짜릿한 한 방이었다.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키움이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8회초 이용규와 김혜성의 안타, 이정후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았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도 김웅빈의 희생플라이로 1점 보탰다. 이 과정에서 두산의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김웅빈의 얕은 좌익수 뜬공 때 3루 주자 김혜성이 홈으로 내달렸다. 두산 좌익수 김재환이 정확하고 강하게 홈으로 송구했다면 승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재환이 달리면서 송구한 탓에 부정확했고, 포수 장승현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김혜성에게 홈플레이트를 내줬다.

김재환은 '결자해지(結者解之)'했다. 8회말 2사 2루에서 키움 마무리 조상우의 5구째 시속 151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김재환의 극적인 역전 홈런에 두산의 응원석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키움의 뒷심은 대단했다. 9회말 2사 후 이용규와 김혜성이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올 시즌 타격왕 이정후가 해결사로 나섰다. 두산 마무리 김강률의 2구째 속구를 통타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키움은 이어진 2사 2루에서 박병호의 중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으며 쐐기를 박았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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