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두산, LG 완파하고 삼성과 PO에서 격돌
온갖 악재 이겨내고 가을야구 진출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잠실구장=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가을은 역시 곰들의 계절이다. 두산 베어스가 완벽한 투타 조화를 앞세워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를 꺾고 플레이오프(PO)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산은 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PO 3차전에서 LG를 10-3으로 대파했다. 정규리그 3위 LG를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따돌렸다. 

정규리그 4위로 가을 잔치에 진출한 두산은 이제 PO에서 정규리그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돌한다. 삼성마저 꺾으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번 PO는 3전 2승제로 치러진다. KBO사무국과 10개 구단은 팀당 144경기 체제 완주를 위해 포스트시즌 경기 수를 축소했다. 두산과 삼성의 PO 1차전은 9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두산 '테이블세터' 정수빈(31)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가 나란히 3안타 4타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톱타자 정수빈은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을 올렸고, 페르난데스는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두산 불펜의 '핵' 이영하(24)는 2회 구원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이날 경기 전 만난 김태형(54) 두산 감독은 "선발 투수 김민규(22)가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바로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며 "김민규가 2회만 잘 넘어가면 이영하를 3회부터 준비시킬 예정이다. 경기 초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산은 1회 선제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페르난데스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 1-0으로 앞서나갔다. '승부사' 김태형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선발 김민규가 1회 실점하자 지체 없이 투수를 교체했다. 2회 시작과 함께 '믿을맨' 이영하를 투입했다. 김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2차전 결장으로 이틀 휴식을 취한 이영하는 2회 2사 1, 2루 3회 2사 1, 2루, 5회 2사 1, 2루 위기를 맞았으나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 사이 두산 타선은 3~5회 무려 9점을 뽑아내며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3회초 선두타자 박계범(25)이 2루타로 출루했다. 후속타자 정수빈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페르난데스가 대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LG 임찬규(29)의 시속 2구째 시속 144.1km짜리 패스트볼을 통타 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2점 홈런을 작렬했다.

두산 정수빈(가운데). /연합뉴스
두산 정수빈(가운데). /연합뉴스

두산은 4회 이틀 쉬고 구원 등판한 1차전 선발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29)를 두들겨 추가점을 뽑았다. 2사 1, 3루에서 정수빈의 안타로 1점 추가했다. 이어 5회초를 빅이닝으로 만들며 LG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박건우(30)의 볼넷과 김재환(33)의 우중간 2루타를 묶어 1점 더했다.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 박계범 타석 때 LG 3루수 김민성(33)의 포구 실책을 틈타 1점을 거저 얻었다. 후속타자 정수빈은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우월 3루타를 터뜨리며 승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그는 PS 개인 통산 5번째 3루타를 때리며 정수근(전 롯데 자이언츠)이 보유한 PS 최다 3루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3회, 준우승 3회로 왕조를 건설한 두산은 지난 겨울 전력 누수가 컸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이 이적했다. 외인 원투펀치 크리스 플렉센(27·시애틀 매리너스)과 라울 알칸타라(29·한신 타이거즈) 역시 각각 미국과 일본으로 떠났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은 고사하고 가을야구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실제 두산은 전반기까지 7위(36승 39패)에 그쳤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찬바람이 불어오자 '강팀 DNA'가 살아났다. 후반기 승률 1위(0.574·35승 8무 26패)를 차지하며 4위(승률 0.522·71승 8무 65패)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 이후 승률과 순위 모두 가장 낮았지만 7년 연속 PS 진출을 일궈냈다.

가을야구 단골손님 두산은 이번 가을에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32)와 워커 로켓(27)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LG를 격파했다. 특히 패하면 탈락이었던 와일드카드 2차전과 준PO 3차전에서 승리하며 강팀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전 두산의 안방마님 박세혁(31)은 '가을 강자' 두산의 자신감을 확실히 내비쳤다. 그는 “주축 선수 한 명이 빠졌다고 티가 나지 않는 게 우리 팀의 색깔이다. 작년과 올해 선수들이 모두 빠졌을 때, 제가 부상을 당했을 때도 그랬다”면서 “좋은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를 기존 선수들이 잘 메웠다. (박)계범이, (강)승호 등이 다 자리를 채워줘서 지금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고 힘주었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은 만원(2만3800명)을 기록했다. 야구장에 정원 100% 관중이 찬 것은 작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사태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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