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고 기념 촬영하는 한국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 /아시아럭비 트위터 캡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고 기념 촬영하는 한국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 /아시아럭비 트위터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럭비가 또다시 기적을 만들었다.

찰리 로우(56)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럭비 7인제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펼쳐진 2021년 아시아럭비세븐스 시리즈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21-14로 이겼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꺾은 한국은 이번 대회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022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세븐스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럭비가 7인제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건 2005년 홍콩 대회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아울러 2017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 2차 대회 이후 4년 만에 숙적 일본을 꺾으며 포효했다.

일본 럭비는 아시아 최강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준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프로 럭비인 '톱 리그'를 운영 중이고, 럭비 등록 선수가 10만 명 이상이다. 반면 한국은 실업팀이 고작 3개(한국전력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뿐이고, 대학팀도 4개(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단국대)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등록 선수가 1000명이 채 안 된다. 그야말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셈이다.

일본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21일 홍콩과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렀고, 7-33으로 패해 준우승이라는 최종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한국 럭비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제2의 중흥기를 맞이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며 이 땅에 럭비가 들어온 지 9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고, 이번 대회에서 17년 만에 월드컵 진출권을 가져오며 한국 럭비의 저력을 보여줬다. 

두바이로 날아가 대표팀을 응원한 최윤(58)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우리 한국 럭비는 2022 남아공 럭비 세븐스 월드컵에서 세계 럭비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럭비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예정이다”라며 “협회장으로서 100년 만에 처음 출전했던 도쿄하계올림픽에 이어 생애 첫 두바이 세븐스 시리즈에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남아공 월드컵까지 함께 할 기회를 더하게 돼 그 기쁨이 주체할 수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4년마다 열리는 7인제 월드컵은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열린다. 전 세계 24개 나라가 참가한다. 한국은 2005년 홍콩 대회에서 최하위인 공동 21위에 머물렀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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