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ㆍ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공동주택 변경
주변 대다수 사무실...주민 생활 인프라 거의 없어
인근 초등학교 없고 해당 부지에 짓기도 쉽지 않아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앞에 해당 부지의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 서동영 기자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앞에 해당 부지의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 서동영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주민에게 필요한 인프라가 거의 없는데 주택만 짓는다고 쾌적하게 살 수 있을까. 정부와 서울시가 아파트를 짓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대한 의문이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원래대로라면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운동장)에 속해 국제업무, 전시·컨벤션, 스포츠 등 국제 비즈니스 교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공급에 몰두한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동주택(아파트)을 지으려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정부는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3000세대 공공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공고문을 발표하며 서울의료원 부지의 공동주택 건설 착수에 들어갔다. 

정부의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반값아파트' 얘기도 나왔다. 최근 임명된 김헌동 서울토지주택공사(SH) 사장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반값아파트 후보지 중 하나로 서울의료원을 거론했다.

지난 25일 수정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LH의 종로구 송현동 땅과 맞교환해 얻어낸 남측부지엔 업무지구와 함께 200세대의 LH 청년창업지원주택이 들어선다. 북측은 '별도의 활용방안을 마련해 변경 예정'이라고 했지만 반값아파트가 유력해 보인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측이다. 서울시는 3000세대 공공아파트는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공공아파트든 반값아파트든 업무지구인 이곳에 거주민이 이용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는데 주민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근 주민은 "여긴 교통은 좋지만 사무실만 즐비하지 다른 건 없다. 당장 아이를 보낼 초등학교도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봉은초와 대현초다. 그것도 왕복 6~14차선의 대로를 건너야 한다. 근처에도 초등학교를 지을만한 땅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서울의료원 부지 안에 초등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시의료원 북측과 남측부지./ 강남구청 제공
서울시의료원 북측과 남측부지./ 강남구청 제공

1만8000㎡의 북측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초등학교까지 짓기란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말로 3000세대라면 용적률을 매우 많이 높여야 할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김헌동 사장이 밝힌 반값아파트 전용면적 84㎡를 많이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만3000㎡의 남측부지도 마찬가지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엔 부지 용도에 대해 업무시설 (오피스텔 제외), 공동주택, 문화 및 집회시설 중 전시장, 집회장만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초등학교는 지을 수 없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형태 자체가 세로로 길쭉해 초등학교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 또 학교를 지으려면 일조권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우리 구는 서울시에 아파트 입지로선 맞지 않는 곳이니 당초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용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수차례 의견을 전달했으나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담당하는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남권사업과 관계자는 "북측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 방안은 현재 시가 국토부, LH, SH와 논의 중"이라며 "하지만 우리 부서는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니 주택정책실 공공주택과로 문의하라"고 말했다. 북측 부지의 정확한 활용 방안 및 주민 인프라 부족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공공주택과에 수차례 전화는 물론 연락처도 남겼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부지 주택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수정된 다음날인 26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며 “서울시는 이제라도 부지 개발계획에 대해 강남구와 즉각적 협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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