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북미 출장 동선, 4대 미래 사업과 밀접
첨단 미세공정 개척해 파운드리 점유율 재편
5G로 초격차 내고 6G로 미래통신 첫 발
ICT·바이오, 차세대 먹거리 생태계 확장

[한스경제=최정화 기자]역대 최대 미국 투자를 결론짓고 10박11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북미 출장을 통해 초격차를 넘어 개척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를 위해 개척할 차세대 혁신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만난 파트너들을 통해 뉴삼성을 이끌 미래역점사업인 △시스템반도체 △통신 △ICT △바이오 등 4개 사업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 8월 삼성이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를 위해 3년간 240조원을 4개 분야(반도체,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바이오)에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시스템 반도체, 3나노로 파운드리 시장 재편 기대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가장 큰 성과는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 투자 확정이다. 이 부회장이 현지 파트너와 정·재계 인사들을 부지런히 만난 것도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 사업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9070억여원을 기록하며 1조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존 메모리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벗어나 수요가 급증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초미세 공정을 선점해 시스템 반도체 선두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10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 시장 비중이 2019년 4.4%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경에는 29.9%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양사의 신규 공장 양산 목표 시기는 2024년 하반기로 비슷한 시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를 전략적 거점지로 확보하면서 향후 현지 시장 수요를 선점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앞서 첨단 공정 양산에 돌입할 경우 미국 현지 파트너사들과 먼저 파운드리 결속을 맺어 TSMC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구글이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6에 탑재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양산을 삼성전자가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를 완공하면 그동안 TSMC에 치우쳤던 애플·퀄컴·AMD 등 미국 대형 고객사는 물론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신규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TSMC는 기존 핀펫 공정을 유지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기반 공정으로 전환돼 첨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테일러시 파운드리는 내년 완공 예정인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거점 삼각축(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이 완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핵심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북미 출장 일정. /이미지=한스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북미 출장 일정. /이미지=한스경제

◆ 5G로 초격차 내고, 6G로 미래 먹거리 선두 개척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기지국과 중장거리 6세대(6G) 통신 테스트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6G 통신 개발을 선언하는 '6G 백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6G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6G 국제 표준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사도 6G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6G 전용 통신위성 2대를 발사했고, 애플도 올해 초 공식적으로 6G 전문가 구인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6G 이동통신 상용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차세대 통신 시장 패권 다툼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에선 글로벌 초격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G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한 업로드 속도에서 글로벌 업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이는 1GB 용량의 동영상을 약 10초 만에 업로드할 수 있는 속도(711Mbps)로 기존 대비 약 2배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버라이즌 CEO와 만나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사업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방안에 관해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2018년 세계 최초로 5G 홈(5G FWA)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19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파트너사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ICT·바이오로 차세대 미래산업 생태계 확장

이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기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의 북미 출장 첫 일정이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 AI센터 방문이었던 점에서도 ICT 차세대 기술에 대한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차세대 ICT 기술 협력을 위해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과 동맹을 강화하는 등 결속을 다졌다.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파트너들과 만나 AI,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메타버스, 클라우드, 자율주행, 플랫폼 등 차세대 먹거리 ICT 기술에 대한 협력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 모더나와 만나 코로나19 백신사업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4공장까지 완공하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외에도 백신,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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