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사니 감독대행은 앞서 팀 이탈, 실언 등으로 논란
IBK기업은행 "새 감독 선임 작업 절차 진행 중"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KOVO 제공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조직의 성패는 인사(人事)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얘기도 있다. 리더와 참모의 역할 분배는 뚜렷해야 한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과(過)가 크지만, 용인술(容認術)은 뛰어났던 인물로 평가 받는다. 재임 초기 허화평(84), 허삼수(85)와 같은 충성심 강한 참모를 뒀고, 이후엔 故 김재익(경제수석비서관), 故 노신영(외무장관) 등 유능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을 곁에 두면서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리더(서남원 전 감독)와 참모(김사니 감독대행), 테크노크라트(주장 겸 세터 조송화)의 라인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김사니(40) 감독대행은 앞서 코치 신분으로 서남원(54) 감독에게 반기를 들고 주장 조송화(28)와 팀을 이탈하며 물의를 빚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폭언 피해’를 주장했지만, 서남원 전 감독이 반박하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오히려 “저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다”는 실언으로 타 구단 감독들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김사니 감독대행의 짧은 말에서 IBK기업은행 사태의 본질을 볼 수 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참모의 역할을 잊은 것으로 보인다. 참모의 역할은 실언을 삼가고 리더를 아낌없이 보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뱉은 말에선 여전히 스타 선수로서의 화려한 커리어만 떠오른다. 경력이 2년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코치’라는 점을 인지하고 감독과 구성원들을 조율하는 참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조송화. /KOVO 제공
조송화. /KOVO 제공

사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참모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이 꽤 있다. 프로농구의 김병철(48)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코치는 추일승(58) 감독이 물러난 지난해 2월 감독대행이 되면서 향후 정식 감독을 바라봤으나, 강을준(56) 감독이 선임되면서 다시 코치로 내려왔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김병철 당시 감독대행은 군말 없이 다시 주어진 코치 일을 수행했다”고 귀띔했다. 전희철(48) 서울 SK 나이츠 감독도 약 10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IBK기업은행 배구단은 27일 2019년부터 부산·울산·경남그룹장(부행장)을 역임한 감성한(57) 신임 단장을 선임하고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 와중에 30일 박기주(55) 수원 한봄고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은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쇄신 의지는 알겠지만 구단은 앞서 선수단 관리 및 성적 부진의 책임으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 경질하고 오히려 김사니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비상식적인 처사를 했던 터라, 향후 얼마나 신뢰 가는 행보를 보일진 미지수다. 이번 사태는 특히 참모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리더의 역할론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참모의 역할론’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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