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거와 달라진 이승우의 위상
K리그에서의 활약 발판 삼아 재도약 도전
2017년 U-20 월드컵 당시 이승우의 모습. /박종민 기자
2017년 U-20 월드컵 당시 이승우의 모습. /박종민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7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이승우(23·수원FC)의 머리 한 켠에는 'SW'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여섯 번 승리(Six Win)해서 수원(Suwon)으로 가겠다는 의미다”라고 털어놨다. 그해 U-20 월드컵 결승전은 수원에서 열렸다.

이승우에게 수원은 특별한 곳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약 9년간 거주했다. 최근 K리그행을 결심하면서 그가 택한 팀도 수원FC다.

과거와 현재 이승우를 향한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그는 한때 ‘코리안 메시’로 불렸다. 2017년 5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아르헨티나와 2차전 전반 18분 기록한 선제골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후방 패스를 받아 약 40m 드리블을 하며 상대 수비벽을 뚫고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장면은 대회 최고의 골 4위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34)와 비교할 위치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신문엔 메시와 비교가 이어졌다.

현재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해외 무대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K리그로 왔다. 2017년 8월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시즌 동안 43경기에 나서 2골 3도움에 그쳤다. 주전 싸움에서 밀려나며 신트 트라위던(벨기에)으로 이적했지만 또다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약 2년간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시즌 포르티모넨세(포르투갈)로 임대를 다녀왔지만, 역시 출전 기회 확보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 23일 신트 트라위던과 계약을 상호 합의 하에 해지했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승우가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이승우가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시민구단 수원FC는 올 시즌 K리그1(1부)에서 5위(승점 51)로 선전했다. 구단은 이승우의 합류로 요즘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승우에게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실력 발휘다. 팀과 리그에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보여준 모습도 있고, 그간 경기들을 살펴보면 재능은 있는 선수다. 다만 피지컬이 중요하고 기량이 상향평준화된 프로의 흐름엔 녹아 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어 “정답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유연하게 포지션과 스타일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건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승우에게 K리그는 ‘최후의 보루’였다. 안정보다 도전을 즐겨 했던 그가 모국인 한국과 고향인 수원 연고 팀을 택한 건 축구 선수로서 벼랑 끝에 섰다는 방증이다.

이승우의 강약점은 뚜렷하다. 강점은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다. 민첩성이 뛰어나고, 수비수가 앞에 있어도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돌파를 할 수 있다. 약점은 역시 피지컬이다. 거친 몸싸움을 가능하게 하는 피지컬은 크게 체격과 정신력 2가지 요소로 나뉜다. 이승우는 멘탈의 강인함은 갖고 있지만, 체격(173cm 63kg)에선 현저히 약점을 드러낸다.

수원FC는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라스(30)와 이승우를 중심으로 공격 전술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18골 6도움으로 활약한 공격수 라스와 새로 팀에 합류한 이승우를 공격의 양 축으로 활용하거나, 라스를 정점으로 하고 이승우가 뒤를 받쳐주는 모양새를 띌 수 있다.

백승호와 이승우(오른쪽). /KFA 제공
백승호와 이승우(오른쪽). /KFA 제공

우연하게도 K리그에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4년 전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나란히 골을 넣었던 백승호(24·전북 현대)가 활약 중이다. 스페인 유학파로 한때 ‘코리안 메시’를 꿈꿨던 두 선수가 20대 중반이 돼 K리그에서 다시 만난다.

성공학 바이블인 고(故) 지그 지글러의 저서 ‘정상에서 만납시다(SEE YOU AT THE TOP)’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 그 자체가 아닌 당신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당신의 삶 밑바닥에서 얻은 것들이 당신을 정상으로 인도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때 당신은 진정 정상을 향한 계단에 서 있는 것이다.” 한 차례 꿈에서 멀어지며 좌절을 맛봤지만 다시 도약을 노리는 두 젊은 K리거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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