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현대차·SK·LG 등 해외 관람객 인기 독차지
미래 먹거리 위해 체질 개선하는 글로벌 기업들
경쟁 보단 공존 택한 글로벌 기업들 동맹 이어져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가 사흘간의 화려한 전시를 마치고 7일(현지시간) 폐막했다. 평년에 비해 규모는 축소됐지만 내실 있는 미래 사업 전시와 실속 있는 기업간 비즈니스가 이뤄졌다는 평이다.

차세대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주력 사업 외에 첨단 혁신 사업에 집중하는 글로벌 기업들, 불확실한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해 경쟁사와도 협력하는 달라진 新동맹 풍토, 그리고 이번 CES 2022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한국 기업들 등 사흘간의 짧은 여정 속 나타난 글로벌 산업계 흐름을 짚어봤다.

CES 2022가 개막한 5일(현지시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전시관 비스포크 홈 전시존을 찾아 다양한 가전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CES 2022가 개막한 5일(현지시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전시관 비스포크 홈 전시존을 찾아 다양한 가전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국 기업 전시장 북새통" 오프라인 주도하며 해외 관람객 인기 독차지
오미크론 확산으로 올해 CES 참여 기업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한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여개 업체가 참여해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최다 참가국이 됐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년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전시장 분위기와 달리 CES 메인 전시관인 컨벤션센터에 자리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한국 전시관은 구경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삼성전자는 관람객이 몰릴 때는 입장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길 정도로 마치 백화점의 주말 오후 명품 대기열을 방불케 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등 TV 신제품과 이번에 처음 공개된 휴대용 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 폴더블 스마트폰, 맞춤형 '비스포크' 가전 등 모든 코너가 해외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업관을 통해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최초 공개하며 OLED TV 시장의 진입을 예고했다. 

현대차 부스도 개막 당일에만 1만5천여명이 몰리며 문정성시를 이뤘다. 현대차는 '메타모빌티리'(로보틱스+메타버스)라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모빌리티 업체 중 가장 혁신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CES 2022에 직접 참가해 메타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SK그룹은 숲을 모티브로 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부스를 마련해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여기에 게임과 미디어 아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마지막 날까지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오프라인 부스를 AR과 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위주로 전시장을 꾸몄다. 제품 실물 없이 QR코드로 가상 체험을 진행했다. 또 세계 최대 OLED TV인 97형, 최소인 42형 신제품을 비롯해 AI 기반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 등을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비전 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비전 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탈본업" 미래 먹거리 위해 체질 개선하는 글로벌 기업들
이번 전시회에선 기존 주력 사업보다 상용화를 준비 중인 미래 신기술을 공개하는 업체가 주를 이뤘다. 주요 사업은 유지하되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자동차 대신 로봇을, 소니는 가전 대신 자동차를 앞세웠다.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라며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 로보틱스 청사진을 선보였다.

소니는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 두 대를 전시하며 전기차 진출을 선언했다. 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비전 S-2'는 소니의 고감도 센서, 라이다 센서 등을 대거 적용해 인식 능력을 높였고, 개인 맞춤형 이용 환경을 제공한다.

중공업 기업인 두산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로봇과 수소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고, 유통이 본업인 롯데그룹은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두산은 수소 충전과 발전, 전기차 충전, 스마트팜 운영까지 가능한 트라이젠을 공개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기술, 액화 수소 운반, 지능형 로보틱스를 기업의 향후 3대 축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CES에 처음으로 참가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대형선박으로 대양 항해를 마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리테일 메타버스 체험존을 선보였다. VR기기를 통한 하이마트와 면세점 제품, 영화관 체험 공간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역시 주력인 가전보다 AI와 로봇 비중을 높였다. 첫 공개된 삼성의 AI 아바타는 온디바이스 대화 인식, 사물인터넷 가전 제어 기능을 갖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과 원격지에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기능을 갖춘 '삼성 봇 아이'도 화제가 됐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오른쪽)이 6일 오전(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와 만나 반도체와 ICT 전 영역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스퀘어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오른쪽)이 6일 오전(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와 만나 반도체와 ICT 전 영역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스퀘어

◆"경쟁 보단 공생" 택한 글로벌 기업들 동맹 물결 이어져
지금 글로벌 산업계에는 동맹 훈풍이 불고 있다. 그간 업종간 경쟁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해 기업간 긍정적 시너지를 낼수 있다면 경쟁사라도 손을 잡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 CES에서도 기업간 비즈니스를 비롯한 협력 발표가 속속 진행됐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CES 2022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최고경영자와 만나 반도체와 ICT 전 영역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포함해 퀄컴 주요 경영진도 참석했다.

박 부회장은 데이터센터용 앱이나 컴퓨터에 들어가는 고속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와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서 퀄컴과 협력·투자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5G 통신기술을 앞세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퀄컴은 세계에서 이동통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 모뎀칩을 비롯해 각종 반도체 기반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밝혔다. 양사는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폭넓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현대차와의 동맹을 가시화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일(현지시간) 서로의 부스를 방문하며 회동을 가졌다. 양사가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사업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로봇 등으로 다양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6대그룹과의 만찬에서 두 회사의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주문한데다, 양사 모두 협력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동맹은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된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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