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축구 지도자 한류는 2000년대 본격화
개인적·문화적 요소 모두 적합
박항서(오른쪽)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DJ 매니지먼트 제공
박항서(오른쪽)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DJ 매니지먼트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동남아시아에 한국인 축구 지도자 모시기 열풍이 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항서(63)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신태용(52)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에 이어 최근엔 김판곤(53)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까지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러 동남아로 향하게 됐다.

◆ 지도자 한류는 2000년대 본격화

물론 박항서 감독 이전에도 동남아 등 지역에선 한국인 축구 지도자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지난 1973년 고(故) 장경환 감독이 네팔 축구 대표팀 감독직에 오른 게 시작점이었다. 축구 지도자 한류가 본격화된 건 2000년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 한국 축구의 기량과 위상이 높아진데다가, 축구협회까지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을 도우면서 ‘K-지도자’ 바람이 불었다. 故 강병찬(부탄) 감독을 비롯해 유기흥(네팔·부탄), 최영준, 권오손(이상 브루나이), 김신환(동티모르), 김상훈(괌), 장정(스리랑카), 이태훈(캄보디아), 박성화(미얀마) 감독 등이 그동안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번에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김판곤 위원장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홍콩 축구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그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미력하나마 소임을 다했다고 보기에 이제는 지도자로 현장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발전 가능성과 그들의 비전에 공감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말레이시아행을 결단했다”고 말했다.

◆ 개척 정신으로 임했던 박항서

K-지도자 열풍은 한국 축구 지도자들의 도전 의지와 동남아 국가들의 선진 축구 수용 의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다. 박항서 감독만해도 개척 정신으로 무장한 채 베트남 축구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이영진(59) 코치와 ‘성공할진 모르겠지만 가서 동남아를 개척해보자’, ‘성실하다는 걸 보여주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에게도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등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베트남 입장에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한국 대표팀 수석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으로부터 선진 축구를 배우는 게 중요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미미한 유스 시스템을 파악하고 체질 개선을 하려 노력했다. 대표팀 선수들에겐 비전을 심어줬고 그걸 발판 삼아 베트남 축구 역사에 남을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9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금메달,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 눈부신 성적을 일궈냈다.

신태용(오른쪽) 감독이 과거 성남시 분당구 자택 인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민환 기자
신태용(오른쪽) 감독이 과거 성남시 분당구 자택 인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민환 기자

◆ 개인적·문화적 요소 모두 적합

베트남 축구의 성공을 바라본 인도네시아 축구계도 열린 마음으로 한국 지도자인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맺었다. 신태용 감독은 도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지도자로 꼽힌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했던 그는 이후 1년 넘게 야인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축구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결국 제의를 수락했다. 신태용 감독도 인도네시아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올해 초 스즈키컵에서 준우승을 거둔 그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4일 기준 약 90만명에 달한다. 그를 향한 광고 촬영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의 특성 중 하나는 바로 학구열이다. 한국인 지도자들 중엔 성실하고 배움과 전수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들이 많다. 아울러 동남아 국가들 입장에서 한국은 서양 국가들에 비해 문화적인 이질감이 크지 않은 곳이다. 일례로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과 같이 쌀 문화권에 속한다. 게다가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시하는 유교권 국가다.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팀을 이끌어가려는 성향의 지도자들이 많다. 한국인 지도자들에 대한 동남아 축구계의 러브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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