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이천=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차명석(53) 단장님이 저는 유강남(30)과 원 플러스 원(1+1)이래요. FA(자유계약선수) 협상 때 제가 안 들어가려고요. 다년 계약 제안은 아예 없던데요?(웃음)"

LG 트윈스 임찬규(30)는 8일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명석 단장과 FA 관련 대화를 나눈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여전한 입담을 과시했다.

임찬규는 올해 주장 오지환(32)을 돕는 '투수 조장'을 맡았다. 어느덧 프로 12년 차가 됐다.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은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아담 플럿코(31), 김진성(37) 등 새로 합류한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고 있다. "제가 실력은 부족하지만, 형들에게 배운 것들을 이민호(21) 등 투수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최선임부터 막내까지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올 시즌 투수조 분위기를 잘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임찬규의 2021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해 1, 2군을 오갔고, 5월 부친상의 슬픔까지 겪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복귀 후 심기일전한 듯 완전히 달라진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구속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후반기 들어서는 토종 에이스급 투구를 펼쳤다. 

2011년 입단 당시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 임찬규는 2014년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 이후 구속이 확 줄었다. 2020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39km로 리그 평균(시속 142km)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 중후반대로 올랐다. 임찬규의 2021시즌 평균 구속은 시속 143.1km였다. 

그는 “체중을 감량하고, 관절 3개를 동시에 쓰는 훈련인 트리플 익스텐션을 열심히 했다. 2군에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몸을 정확히 만들 수 있었다. 또 김경태(47) 2군 코치님에게 커터(컷패스트볼)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것 때문에 구속이 올라왔다고 콕 집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가 맞물리면서 구속이 오른 것 같다. 새로운 트레이닝도 해보고 드라이브라인 훈련도 소화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창던지기 선수의 운동법을 접목해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 선수들도 궁금해 했다. 연락을 많이 받았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저에게 야구에 대해 물어보더라"라고 말해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임찬규는 갑자기 늘어난 구속이 '아버지가 주신 선물' 같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복귀전에서 구속이 빨라진 것을 두고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주실지 모르겠지만, 구속이라는 정말 좋은 선물은 주셨다. 이제는 이 선물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유지해서 좋은 성적 내야 한다"고 힘줬다.

LG에는 늘 국내 선발의 중심을 잡아주던 투수가 최소 한 명은 있었다. 이제 임찬규가 토종 선발진의 기둥 구실을 해야 한다. 재활 중인 차우찬(35)을 제외하면 LG 국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풀타임 선발 경험이 있는 선수다. 류지현(51) LG 감독도 "올해 가장 큰 고민은 선발진 구성이다. 어느 해보다 임찬규, 이민호의 몫이 크다"고 강조했다. 

LG 트윈스 임찬규. /연합뉴스
LG 트윈스 임찬규. /연합뉴스

임찬규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올 시즌 목표를 160이닝으로 잡았다. "(차)우찬이 형이 ‘선발로 풀타임 뛰면 적어도 16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한다’고 말하더라. 저도 많은 승수를 올리는 것보다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게 좋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프지 않아야 하고, 로테이션을 거르지 말아야 한다. 투구 내용도 좋아야 할 것이다. 이닝 안에 모든 목표가 포함됐다고 생각한다. 이닝이 많으면 그만큼 꾸준하게 팀에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이닝을 많이 소화하면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모두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큰 목표는 역시 LG의 우승이다. "이미지 관리 때문이 아니고 정말 한국시리즈 우승이 먼저다. 제 꿈은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이다"라고 말한 임찬규는 "제가 연차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적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큰 경험을 했다. 유인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라서 LG에서 제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임찬규는 2022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면 동기 유강남과 함께 FA 자격을 얻는다. "시장 상황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도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경우의 수인데 복잡하기만 할 것 같다. 그래도 FA 자격을 얻는다니 흥분은 된다"고 웃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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