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당국 규제장벽 완화 이후 보험업권 뜨거운 관심
삼성생명, 중징계 이슈 여파로 자회사 설립과 다른 행보 보일 듯
10일 서울 중구 패럼타워 신한큐브온에서 진행된 출범식에서 신한라이프 성대규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신한큐브온 이용범 대표(세 번째)가 참석자들과 함께 커팅식을 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10일 서울 중구 패럼타워 신한큐브온에서 진행된 출범식에서 신한라이프 성대규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신한큐브온 이용범 대표(세 번째)가 참석자들과 함께 커팅식을 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10일 신한라이프(대표이사 사장 성대규)의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이 출범했다. 이는 생명보험업계로는 최초며 지난해 10월 KB손해보험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출범한 이후 두 번째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2월, 당국에 자회사 소유 인허가 신고가 수리된 후 약 1개월 동안 신한큐브온 설립을 준비했다. 신한라이프가 2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신한큐브온은 외부서 채용한 전문가를 포함해 20여 명의 인력으로 출발했다.

보험업계는 정체된 시장의 새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이젠 후 처리가 아닌 선 방어의 전략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즉, 보험 가입자들이 덜 아파야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고 지급 보험금이 줄면, 손해율도 안정되고 보험사의 후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가 헬스케어 부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중반 즈음부터지만 규제의 장벽으로 사업진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이를 개선하면서 새 길이 열렸다.

개정 보험업법 시행령에는 헬스케어 자회사의 업무 범위를 커머스사업을 비롯한 플랫폼 업무까지 포함시켰다. 프랑스의 악사나 중국 핑안보험 등 글로벌 보험사가 건강보조식품, 디지털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판매 플랫폼을 거느린 자회사를 갖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물꼬를 튼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는 당분간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를 안착시키고, 향후 앞뒤 연관 주요 파트너사들과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이 40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KB헬스케어는 삼성화재 출신 최낙천 디지털전략본부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이들은 우선 ‘오케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KB금융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3월까지 파일럿 운영을 거쳐 추후 B2B, B2C까지 서비스 접점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앱으로 △건강상태 정보 △고객별 상태 기반 건강목표 추천 △식단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와 △유전체 분석 △오디오/비디오 기반 디지털 활동관리 프로그램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코칭 △멘털 관리 상담 등 외부 제휴업체와 연게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1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KB손해보험 본사 사옥에서 KB손해보험 김기환 사장(사진 왼쪽)과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전략적 협업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KB손해보험
1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KB손해보험 본사 사옥에서 KB손해보험 김기환 사장(사진 왼쪽)과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전략적 협업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KB손해보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대표이사 부회장 구지은)과 함께 이른바 ‘케어푸드’ 역량을 더할 협업, 맞춤형 영양제 추천이나 만성질환자 복약관리 등 솔루션 역량을 가진 알고케어(대표이사 정지원) 등과 추진하고 있는 협력이 대표적이다.

유전체분석 전문인 테라젠바이오(대표이사 황태순)와 소비자 직접의뢰(DTC)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공동 추진하며, 병원과 건강검진 연계형 유전자 분석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신한큐브온도 비슷하게 초기엔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로 시작할 계획이다. 출범식에서 2021년 3월 론칭한 홈트레이닝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과 협력 결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우핏은 오픈 이후 12월말 기준 누적 이용자 33만명 수준을 확보했으며 신한큐브온 외에도 KT그룹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또한 신한큐브온은 향후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으로 콘텐츠 확대와 부가 서비스 다양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회사 설립 방식이 아니더라도,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부문의 사업화를 다양하게 시도 중이다. 생명보험 쪽에선 삼성생명이 ‘S헬스케어’, 한화생명이 ‘헬로’, 교보생명이 ‘교보케어’, 라이나생명이 ‘튠H’ 등의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보였다. 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애니핏’, DB손해보험이 ‘프로미 건강지킴이’, 현대해상이 ‘하이헬스챌린지’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의 관심사는 삼성의 행보다. 두 보험사 외에도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의 삼성 금융 계열사의 고객데이터만 해도 중복치를 제외하고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금융 계열사의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기획·설계하면, 삼성전자가 이와 관련한 건강증진 IT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삼성SDS는 이에 관련 업계 안팎에 쓰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고객이 아프거나 다치면 삼성의료원의 의료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가진 계열사 간 협력만으로도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 막대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헬스케어’라는 좁은 범주에서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밀접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설정도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삼성생명이 암보험 미지급 건과 관련해 당국의 중징계 여파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서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의 사례처럼 자회사 설립 방식의 헬스케어 사업 추진과는 다른 양상일 것이란 게 중론이다.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에 남은 과제는 의료데이터 확보와 관련한 이슈다. 보험사들이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승인이 연기되고 있는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시민사회·업종단체를 설득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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