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3.3㎡당 3000만원↑…강북구 아파트값 수준
창업 증가로 인한 오피스 수요 급증…각종 규제 피해 투자자 관심↑
내달 분양 예정인 지식산업센터 '에이스 하이엔드 타워 지축역' 조감도. /에이스건설 제공
내달 분양 예정인 지식산업센터 '에이스 하이엔드 타워 지축역' 조감도. /에이스건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움츠러든 가운데 지식산업센터가 조명받고 있다. 주택보다 비교적 규제가 덜하다는 점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다. 인기가 오르면서 가격은 서울 아파트값에 육박하고 있다.

17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성수동 소재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휴’는 3.3㎡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북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3㎡당 3023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과 맞먹는 가격이다. 2016년 입주 당시 가격은 3.3㎡당 1000만원 미만으로 5년새 3배 가까이 올랐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공장,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있는 3층 이상 집합건물을 의미한다. 6개 이상 사업장이 입주해야 하고 사업장 외 지원시설도 입주 가능하다.

최근에는 특화설계를 통해 호실 앞까지 진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화물을 하역할 수 있는 로프트인 등 물류 편의시설과 옥상정원, 리테일, 기숙사 등 시설이 들어서면서 고급화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19년 현대건설이 가산디지털단지에 선보인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더 퍼블릭’은 분양가 3.3㎡당 1050만원 수준에서 최근 15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지난해 4월 공급된 영등포 ‘반도 아이비 밸리’ 분양가도 3.3㎡당 19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구로에 분양한 ‘대륭포스트8차’ 분양가도 2000만원을 넘어섰다.

알스퀘어는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대출규제와 저금리 때문에 최근 지식산업센터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았다”며 “일부 지역은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입지가 좋은 곳은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몰리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매매가가 3.3㎡당 3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퀘어 제공
최근 기업들이 몰리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매매가가 3.3㎡당 3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퀘어 제공

지식산업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로는 우선 창업 열기가 고조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이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기준 부동산업을 제외한 창업기업은 83만929개로 전년(78만3453개) 대비 6.1%(4만7476개) 증가했다.

대표적 업무지구인 판교 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최근 3년 연속 0%를 기록하는 등 주요 업무지역에서 오피스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창업 기업들이 지식산업센터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이유는 주택 대비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적용하면서 대출이 까다로워졌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이를 적용받지 않아 70~80%가량 대출이 가능하다.

실제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 상당수는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국토연구원이 낸 ‘국내 지식산업센터 현황 분석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기업의 8.7%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영위했다.

국토연구원 측은 “소규모 사무실 형태로 임대·투자를 위해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을 분양·임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명 ‘단타’를 노리는 일반 투자자들도 지식산업센터를 눈여겨보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규제를 피한 지식산업센터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강남과 판교 등 주요 업무지역에서 오피스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식산업센터 가격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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