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각사 개성과 강점 내세운 CSS 고도화 추진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당시 파격적인 모습은 이제 사라진 듯하다. 낮은 대출금리에 비해 수신금리는 높고, 편리함을 무기로 금융시장을 뒤흔들 었던 초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존재 이유’였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잔액기준 중금리 대출은 전체 가계 신용대출 대비 13.7%와 13.4%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까지 계획된 목표는 케이뱅크가 21.5%, 카카오뱅크가 20.8%, 토스뱅크가 34.9%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당분간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5%, 토스뱅크는 42%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2023년 말까진 케이뱅크가 32%, 카카오뱅크가 30%, 토스뱅크가 44%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서민금융 상품 확대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 등을 적극 활용한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이 확대되도록 지속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고 콕 짚어 언급했다.

아울러 “정책서민금융 상품이 서민·취약계층까지 실질적으로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내년도 금융권 가계부채 총량관리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인뱅의 중금리 대출 비중을 2023년 말까지 30% 이상 확대하라고 ‘채찍’을 휘두른 바 있다. 그동안 성과가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번 인센티브 부여는 ‘당근’인 셈이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은 IC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특히 빅데이터 등 혁신적 방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난 4년간 영업 결과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당국이 계획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공급은 지난해 32조원이었으며 올해는 35조원으로 목표를 늘렸다.

이에 인뱅 3사와 금융당국이 협의해 설정한 중금리 대출 확대 계획의 핵심적인 요소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의 고도화다. 특히 기성 은행권과 달리 비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의미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대주주인 BC카드와 KT로부터 받은 쇼핑과 통신 관련 정보를 토대로 CSS를 구축했다. 그 결과 금융거래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씬파일러’ 고객군의 대출 승인율이 약 31.5%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이용 고객을 새 CSS로 평가하니 한도와 금리가 개선된 이가 10% 이상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그룹 관계사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AI 기술 활용 데이터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고도화한 자체 CSS를 활용한 신용대출 및 유관기관 연계 보증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모태가 된 토스앱 플랫폼이 2015년부터 2000만명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강점이다. CB사의 금융 데이터와 토스앱 등에서 비롯된 비금융 데이터를 모두 활용해 기존과 다른 신용도 평가의 축으로 활용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은 높이면서, 중금리 대출을 포함한 서민정책금융 비중은 높이겠다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출범 후 수년 동안 다소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이제 막 발을 내딛은 토스뱅크에겐 이 같은 상황이 기회일 수 있다.

강점을 가진 ICT와 빅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은행 외연 확장과 내실 다지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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