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한스경제 김도균 칼럼니스트]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도 벌써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폐쇄루프 시스템 속에 이루어진데다가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 내외 큰 이슈에 파묻혀서인지 모든 것이 조용 하기만하다. 그러나 나는 매일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고요함 속에 아우성치고 있는 그들의 선전과 투혼, 열정을 느끼고 있다.  

메달을 향한 소망은 간절 하나 “올림픽은 영웅을 만들고 패럴림픽은 영웅이 출전한다”라는 패럴림픽 Team Korea의 구호처럼 메달 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대회는 아닌 듯하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만이 영웅이 아니다. 패럴림픽 출전 자체가 모두 영웅이다. 

선수들의 인생 드라마만 보아도 그들은 영웅이다.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져도, 멈추어도, 지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이들이야말로 금메달 감이다.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자신의 심장은 멈추지 못한채 한참이나 눈 바닦에 누워 환호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존중받는 모습을 보면 패럴림픽의 감동이 절로 다가온다. 
 
이처럼 패럴림픽이 벌어지는 베이징 이곳은 매일, 매 순간이 3가지 감(感.-feel)으로 가득차 있다.  

첫 번째는 감탄이다. 지난 한주 감탄한 적이 있는가? 감탄의 순간은 기쁨의 순간이고, 창의력이 만들어지는 순간이고, 행복의 순간이다. 패럴림픽 선수들의 동작과 움직임 하나하나가 기적이고 감탄이며 그들의 노력을 알면 알게 될수록 비장애인으로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이런 선수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국가적 자산이며 자랑인가? 아직도 감탄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감탄이 부족하다면, 당장 패럴림픽의 선수들을 보라. 그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마음을 보면서 감탄해 보기 바란다.   
 
두 번째는 감동이다. 패럴림픽의 멋진 스포츠 장면들은 빈틈없이 잘짜여진 한 편의 영화나 시를 보는 것처럼 환희와 감동을 준다. 감동은 상대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선수 간의 배려에서, 격려에서, 나눔에서,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만들어진다.  

승패를 떠나 상대 선수를 인정하고 함께 기뻐하며 손을 맞잡고 같이 들어 올려 주고 함께 행복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닌 최고의 기량과 노력으로 완주한 선수들 자체가 감동이다.  
 
세 번째는 감사함이다. 패럴림픽에 관심을 가질수록 건강함을, 행복함을, 존재함을 그리고 함께함을 더 감사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를 대신하여 태극기를 달고 뛰고 있는 선수들, 지도자들, 대회 관계자들, 자원봉사자들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팬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한국 응원단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또한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세상에서 최고 부자는 감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한다. 나를 대신하는 선수들을 통해 감사함을 느껴 보기 바란다. 
 
우리는 모두 Team Korea이다. 태극기를 달지 않아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우리는 하나의 대한민국 팀이다. 선수촌이나 경기장에 가면 자원봉사자와 선수들이 핀을 하나 달라고 요청하며, 엄지척을 하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단 나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국가가 만들어준 자부심은 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스포츠 세상도 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변한다. 추함과 아름다움이 한 공간에 존재하듯이 행복과 불행도 한마음에 살고 있다. 

긍정의 안경으로 경기를 보면 영웅이 되고, 부정의 안경으로 경기를 보면 실망이 보이는 법이다. 패럴림픽은 어떤 마음의 눈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녹슨 마음을 깨끗이 닦고 밝은 생각과 맑은 눈, 긍정의 눈으로 영웅들의 경기를 마지막까지 지켜봐주고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패럴림픽에서 국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을 통해 감탄, 감동,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는 또 한 명의 영웅이 되어보길 바란다. 

김도균 교수(한국체육학회장/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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