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연탄 재고 부족·수입 차질…시멘트 가격 인상 예고
레미콘·철콘업계도 가격·하도급대금 인상 요구
4월 성수기 앞두고 대란 우려…"정부 대책 마련 시급"
한신평, 자재가격 10% 상승시 영업이익률 3%p 하락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건설업계가 자재 수급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달 성수기를 앞두고 사태가 지속될 경우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심화하고 있는 자재 수급 불안에 대해 정부 차원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 관계부처에 건의했다.

협회는 정부에 △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공사가 중단·지연되는 경우 공기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 △조달청 시설자재가격 수시 조정 △원자재 수급난 충격 완화를 위한 한시적 세제혜택 등 검토 △자재·장비·하도급업계 등 건설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해 시장 정상화 추진 등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이번 자재 대란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여파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조기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사현장 중단으로 건설산업은 물론 관련 산업 전반에 발생할 피해를 사전에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과 이달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한 국제적 자재·연료 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원유는 이달 11일 기준 배럴당 109.33달러로 전년 동기(65.61달러) 대비 66.6% 상승했다. 유연탄은 톤당 256달러로 지난해 이맘때 71.94달러에서 무려 256% 치솟았다. 철스크랩도 지난해 톤당 42만5000원에서 올해 69만4000원으로 63.3% 올랐다.

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은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산 의존도가 70%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재고가 부족해져 현재 감산·출하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협회는 “시멘트 재고량은 건설 성수기인 4~5월 대비 50% 수준인 60만톤으로 파악된다"며 "1일 수요·공급량을 고려할 경우 내달 중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15년 톤당 7만1000원 수준에서 지난해 7월 7만8800원으로 오른 뒤 지난달 9만3000원으로 20%가량 인상됐다. 그럼에도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라 내달 11만3000~11만8000원으로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레미콘업계도 시멘트 가격 인상과 운송노조의 운송비 인상 요구에 따라 지역별로 건설업계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공급 중단 상황을 피하기 위해 15% 수준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추세다.

협회는 “최근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가격 협상 지역 확대와 추가 인상 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연합뉴스

철근·콘크리트공사 하도급업체단체인 철근콘크리트연합회도 최근 종합건설업계에 하도급대금 20% 증액을 요청했다. 조정 불응 시 분쟁조정 신청 및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사실상 공사 중단을 통보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협회는 “건설공사가 본격 시행되지 않는 현재는 자재 수급 대란 전조 증상만을 보이고 있으나 성수기인 4월에 접어들면 신규 수주 포기 및 공사 중단 등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원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와도 연결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일반적인 도급공사에서 자재 관련 직접비용은 대형 건설사 기준 전체 원가의 약 24%, 매출 대비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외주비 등에 포함된 부분까지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에 연계된 비용은 매출의 30~3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도급액 인상이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하면 전반적인 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약 3%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올 들어 금속성 자재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등 기타 건자재 단가도 높은 인상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둔화 현상이 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강세는 직접적인 투입원가 상승뿐 아니라 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공정 지연이라는 형태로 원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난해 철근 가격 급등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낮은 중소형 건설사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자재 구입 차질을 겪은 바 있으며 올해는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 수급 악화에 따른 레미콘 물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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