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84㎡가 10억~11억대…고분양가 논란에 흥행 '주춤'
대출 규제·집값 고점 인식·금리 인상 등 불안 요인 여전
'옥석 가리기' 심화…"너도나도 청약하는 시기 지났다"
한화 포레나 미아 투시도 / 한화건설 제공
한화 포레나 미아 투시도 / 한화건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서울불패’는 옛말일까. 강북구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이 잇따라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흥행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불확실한 시장 전망까지 더해져 청약자들의 ‘옥석 가리기’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전체 328가구 모집에 2374명이 신청해 평균 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타입별로는 39㎡A(12.58대 1)와 59㎡A(23.73대 1)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평형이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18㎡C, 19㎡A·B, 20㎡A·B, 23㎡ 등 주택형이 미달됐다. 지난 1월 분양한 미아3구역 재개발 단지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도 전체 295가구 중 미계약 물량 18가구가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세 단지 모두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인 강북구에서 공급이 이뤄졌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경쟁률은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1순위 34.4대 1, 특별공급 367.1대 1로 각각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한화 포레나 미아는 1순위 7.2대 1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52대 1, 특히 서울은 163.2대 1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청약 성적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공사현장 전경. /서동영 기자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공사현장 전경. /서동영 기자

이들 단지 흥행 실패 이유로는 고분양가가 거론된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84㎡가 9억9600만~10억3100만원선으로 중도금 대출 금지선인 9억원을 뛰어넘었다. 한화 포레나 미아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대로 이보다 더 비싸다.

업계에선 투기과열지구에 속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강북구에서 상대적으로 인근 시세 대비 비싸게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강북구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다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여전한 대출 규제와 집값 고점 인식, 금리 인상 등 부담이 더해지면서 청약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선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예고된 결과다.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이 개정되면서 분양가 상승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까지 겹쳐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수요자들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가격”이라며 “고분양가 논란이 있다면 수요자 입장에선 고민되고 적극적인 청약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마련도 어렵고 시장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적다고 봐야 한다”며 “너도나도 청약하는 시기는 지났고 물건에 따른 고민이 커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 지역 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줄었다고 보긴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윤 수석연구원은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저조한 건 사실이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비해선 경쟁률이 그렇게 낮다고 보긴 힘들다”며 “서울에서 공급량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다. 또 둔촌주공이라는 거대한 단지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도 있는 만큼 그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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