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보다 소속감과 성취감 선택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취재를 하다 만난 한 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이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사실 거물급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으면 구단에서 특별히 보도자료를 내지 않더라도 기사가 꾸준히 나오게 마련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한 구단 홍보 효과는 그만큼 크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흔히 KIA 타이거즈 이종범(52),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6),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64), 한화 이글스 장종훈(54·이상 은퇴) 등이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힌다. 시청률 등에서 프로야구를 따라가려 하는 여자프로배구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는 양효진(33·현대건설)이다.
2007년 입단 후 현대건설에서만 15년을 뛴 그를 두곤 최근 ‘페이 커트’ 논란이 일었다. 그는 6일 팀과 보수 총액 5억 원(연봉 3억5000만 원+옵션 1억5000만 원)을 바탕으로 3년간 1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보수 총액 7억 원(연봉 4억5000만 원+옵션 2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이나 삭감된 액수다.
현대건설을 향해선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 국내 선수 득점 부문 1위(502점)에 오르고 오픈 공격(성공률 50.90%)과 속공(성공률 55.60%), 블로킹(세트당 0.744개)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한 양효진으로선 분명 아쉬운 대우다.
18일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받은 양효진에게서 계약과 관련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팀에 있었다. 돌이켜보면 금전적인 거 외적으로도 어렸을 때부터 이 팀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지금도 체육관에 들어서면 신인 시절의 느낌이 든다. 그런걸 쉽게 놓을 순 없었다”며 “많은 분들이 다른 시선으로 보신 부분도 있지만, 저는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소신껏 말했다. ‘연봉퀸 타이틀을 놓친 서운함은 없느냐’라는 질문엔 “모든 결정은 제가 선택한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양효진이 강조한 건 소속감과 성취감이다. 프로스포츠에선 으레 자본의 논리에 따라 계약이 이뤄지는데, 양효진은 금전적으로 다소 아쉽더라도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우선으로 여기고 계약을 진행했다. 사실 요즘 선수들이 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양효진의 발언을 듣고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다. 과거 서른 살을 갓 넘어섰던 그는 “어릴 땐 매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지금은 평범하고 무탈한 게 최고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유독 격한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계약 결정도 결이 같다. ‘연봉퀸’이라는 특별한 타이틀 대신 신인 시절의 초심으로 무탈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양효진의 결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진짜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양효진 같이 본질을 꿰뚫어 보는 선수들 덕분에 스포츠는 더욱 고귀해지고, 커다란 힘을 얻는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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