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에서 소포장 채소시리즈 '싱싱생생'을 론칭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에서 소포장 채소시리즈 '싱싱생생'을 론칭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간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이색 광경을 목격했다. 그동안 필요한만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채소나 육류 등 식재료들이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어서다. 대용량에다 급격히 오른 물가 때문에 장보기를 포기했던 이씨는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2인 가구 비율은 5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2인 가구가 절반이 넘고, 갈수록 물가가 오르면서 '소포장 상품'은 물론 초저가 상품 등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치솟는 물가에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장보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소포장 제품과 저렴한 PB제품을 내놓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편의점 CU는 장보기 물가를 잡기 위해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론칭했다. 마늘, 고추, 대파부터 모둠쌈, 양배추, 감자까지 한국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해 선보인다. 특히 CU 운영사 BGF리테일이 채소류 전문 유통 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직접 거래해 선도는 높이고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신선도와 저렴한 가격을 다 잡았다. 
 
소포장 냉장육도 있다. 삼겹살, 항정살, 가브리살 등 한돈 인기 부위와 스테이크용으로 적합한 부채살을 소용량으로 선보인다. 한정주 BGF리테일 HMR팀 MD는 "외식물가 인상으로 인해 1~2인 가구에서도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맞춰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식재료를 대폭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신선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슈퍼마켓 채널인 GS더프레시와 손을 잡고 공산품에 집중했다. GS더프레시가 운영하는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제품을 판매한다. '리얼프라이스'는 2017년부터 우수한 상품력을 가진 중소업체를 발굴해 이들의 상품을 일반 상품 가격 대비 70~80%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초저가 브랜드다. 
 
GS25는 리얼프라이스의 키친타월, 위생장갑, 위생팩, 롤백, 화장지 등을 판매하고 대상 상품은 향후 점차 늘릴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초저가 리얼프라이스 상품 도입을 통해 소비자와 중소 제조사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물가안정 및 상생 소비 플랫폼으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형마트도 나섰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GS더프레시 등 5개 대형마트는 지난 20일부터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를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했다. 소비자가 필요한 양만큼 살 수 있도록 하고, 농산물 유통·판매 과정에서 포장재 폐기물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이들 마트가 협력한 결과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일주일간 전국 17개 시도별 5개 대형마트(96개 점포)와 '양파 낱개 판매 시범행사'를 추진하고 현장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소비자는 가구 사정을 고려한 소량 구매가 가능하고 폐기물이 줄어든다는 것을 반영해 낱개 구매를 추진했다. 
 
실제로 소포장 상품을 운영하던 홈플러스는 6월 1일부터 15일까지 판매하던 수산류 매출이 지난 1월 대비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산류와 채소류 상품군 매출 비중도 각각 320%, 120% 신장하기도 했다. 
 
마트는 상품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골라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형마트로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포장 상품'을 기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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