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며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경기 회복을 노렸던 자영업자들은 꺾일 줄 모르는 물가 상승세에 시름을 앓는 중이다. 공공요금과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6.0%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IMF 환란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4.8%를 기록한 이후 5월 5.4%, 6월 6.0% 등 두 달 연속 0.6%포인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가 치솟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2009년 3월 4.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3.9%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정점을 찍었다. 식품이 7.7%, 식품이외가 7.2% 각각 상승하며 전년 동월대비 7.4% 오르며 전년 동월대비 7.4%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7~8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7%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원유 및 곡물과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데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분이 6월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점검회의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가까이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40.3%는 “원재료 가격이 작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고 답했다. 상승률이 50% 이상이라는 기업도 8.1%로 집계됐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기업의 53%도 “올해 안에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의 답답한 심경은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SNS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식용유가 떨어져 가격을 보니 너무 올랐다” “안 오른 원자재 가격이 없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밥값(메뉴 가격)을 올리자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전기세와 가스비도 올랐고 손님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 월급 주고 임대료를 내면 정말 남는 게 없다. 직원보다 월급을 못 가져갈 때도 있다”면서 “가게를 접을까 고민했지만 권리금이 얽혀 있어 손털기도 쉽지 않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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