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통합 앱. /KBL 제공
KBL 통합 앱. /KBL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통합 마케팅 정착을 통한 프로농구 부흥'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지난 2020년 10월 구단별로 관리하던 회원을 통합하고,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시스템과 연동했다. 모든 구단의 입장권과 상품, 홈페이지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쳐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오픈했다. 연맹과 구단의 홈페이지가 통합돼 운영하는 건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통합 마케팅은 KBL의 핵심 사업이다. 김희옥(74) KBL 총재는 지난해 11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새 캐치프레이즈이자 로드맵인 ‘리:바운드 KBL(Re:bound KBL)’에서 제시한 유망주 육성, 뉴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팬과 소통, 통합 마케팅 플랫폼 활성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나가면 반드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KBL 스토어. /KBL 제공
KBL 스토어. /KBL 제공

KBL과 구단들은 각각 독립된 홈페이지에서 겪었던 불편 사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티켓 및 이벤트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KBL 통합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티켓을 구매할 때 각종 쿠폰과 포인트로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각종 MD(기획상품)를 판매하는 쇼핑몰 역시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 팬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2022년 7월 현재 KBL 통합 플랫폼 회원 수는 16만5877명이다. 2021-2022시즌 하루 평균 방문 수는 직전 시즌보다 82.9% 늘었다. 경기장 관중 수 역시 2020-2021시즌 11만180명에서 2021-2022시즌 33만722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유료 관중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월에 열린 KBL 올스타전 티켓은 예매 오픈 3분 만에 매진돼 통합 플랫폼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L은 통합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로 관중 성향을 분석하고, 팬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더 세심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김동현 KBL 마케팅팀장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과거엔 연맹이나 구단이 아닌 티켓 판매 업체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어서 팬들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할 수 없었다. 통합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엔 연맹과 구단이 직접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게 되면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팬들이 홈페이지와 앱에서 각자 선호하는 구단을 선택할 수 있어 차별화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KBL은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및 관리를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아서 마케팅에 적용하려 한다. 다음 시즌 타깃을 분리해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KBL 통합 마케팅 플랫폼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구팬의 놀이터'다. KBL 홈페이지와 앱을 이용하는 팬들이 프로농구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2022-2023시즌 개막에 맞춰 론칭 준비 중인 'KBL 판타지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KBL 판타지게임은 국내 프로농구 경기의 선수 기록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즐기는 데이터 분석형 판타지 게임이다. KBL은 컵대회가 개막하는 오는 10월 1일에 베타(시험) 버전을 출시하고, 2022-2023시즌 정규리그가 문을 여는 10월 15일에 정식 론칭할 계획을 세웠다. 김 팀장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화하려 한다. 팬들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 외에도 홈페이지와 앱에서 농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연구 중이다. 농구를 더 재미있게 즐기게 하는 게 목표다. 농구 팬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KBL은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먼저 통합 마케팅을 실행하며 선구자 구실을 하고 있다. KBL 통합 마케팅 성패는 향후 KBO리그 등 다른 종목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프로야구, 여자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도 통합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가 성공해야 다른 프로스포츠도 통합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KBL이 통합 마케팅의 성공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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