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일뱅크 실적 힘입어 상반기 영업익 2조원
어지간한 2∼3년치 이익 6개월 만에 달성
비상경영ㆍ평이한 배당으로 현금 우선 정책 취할 듯
오일뱅크 IPO 취소도 ‘이해할 만했다’ 평가
HD현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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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1∼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쓰며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마침 내부에서 비상경영을 천명하고 나선 만큼 현금이 향후 경기 쇠퇴 고비에서 그룹 내 위기 대응 실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 상당수가 올 하반기 현대중공업그룹처럼 현금과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챙겼다. HD현대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 15조7540억원, 영업이익 1조2359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 매출 6조3303억원, 영업이익 1846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48.9%, 569.5% 뛰어올랐다. 특히 순이익은 9575억원을 찍어 전년 동기 218억원과 비교해 43배 뛰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7500억원 안팎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1분기까지 합친 상반기 실적도 눈에 띈다. HD현대는 올 1분기 영업이익 8050억원을 냈는데 2분기 이익과 합치면 2조원을 살짝 넘어선다. 어지간한 2∼3년치 영업이익을 반 년만에 달성한 셈이 됐다.

HD현대 실적 견인차는 국제유가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7045억원에 이어 2분기엔 1조3703억원을 찍어 사상 첫 조 단위 분기 영업익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중공업그룹은 곳간에 현금을 계속 채워나가고 있다. HD현대가 발표한 지난 6월 말 기준 잠정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조5634억원이며, 단기금융자산 등 유동성자산을 모두 합치면 35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올 1분기 도중 HD현대 연결 자회사가 되면서 4조원 이상의 현금이 편입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대오일뱅크 ‘실적 대박’에 힘입어 그룹 내 유동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평이한 배당 정책과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취소 등이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앞길을 알려준다는 견해가 나온다.

HD현대는 지난해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매각 수익 6534억원을 챙겼고, 이 영향으로 총 1307억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4년 만에 결산배당이 아닌, 회계연도 도중에 배당을 했다. 올해는 자회사 매각 이슈가 없었으나 반기 영업이익이 상당히 커 지난해 못지 않은 분기배당도 예측됐다.

그러나 HD현대는 발표한 배당액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주당 900원, 총 636억원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가 책정한 올해 중간배당액 총 882억원 중 HD현대(지분율 73.85%)가 수취하는 652억원을 거의 그대로 HD현대 주주들에게 푸는 셈이 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분기배당은 자회사 지분 매각에 따른 큰 폭의 특별배당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다고 해도 올해 역시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의 승계 이슈 등이 있어 시장이 기대를 했는데 평이한 배당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HD현대 역시 지난달 말 기업설명회를 통해 "올해 현대오일뱅크 실적이 좋지만 신사업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등 내부 자금이 필요하다"며 "상황에 맞춰 배당액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됐던 현대오일뱅크 IPO 취소 역시 실적 발표와 함께 ‘이해할 만한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IPO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이 약 2조원으로 추산됐는데 올해 6개월 만에 벌어들인 돈이 2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돈을 너무 잘 벌어 IPO가 필요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모회사 HD현대는 "지금 수익성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낮게 평가받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 자리 잡고,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그때 가서 다시 IPO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오일뱅크 실적이 우상향하는 만큼 당분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향후 경기가 호전되면 IPO를 통해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를 받겠다는 자신감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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