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88회> 글·김지훈

성 안에 있는, 언덕 위 정원, 풍채 좋은 멋진 자작나무가 있다. 여름에는 기분 좋은 바람이 가볍게 휘감기고, 아이들은 맘껏 뛰어논다.

작년, 방패연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는데, 이제 연날리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되었다.

“제가 날린 연에 새가 앉았어요!”

정말이었다. 아이가 날리는 연 위에, 작은 새가 앉아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 스웨덴 휘파람새였다. 휘파람새는 균형을 놓칠 때마다 살짝 날아오르며, 기분 좋은 감탄을 노래했다. 정말이지 대범한 녀석이었다.

이곳에서 노는 아이들은 스웨덴 왕족과 귀족 출신의 아이들이다. 아이들 곁에는 시종들이 맴돈다. 스웨덴 왕족의 시종들은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해달라고요?”

실비아는 코웃음을 치며, 발코니쪽으로 걸어갔다. 영생자가 된 그녀의 발걸음은 놀랍도록 가벼웠다.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 완벽한 몸매, 왕실 교육으로 몸에 밴 우아한 품위까지 …. 실비아는 정말이지 찬란한 존재였다.

그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쪽에 …. 키우던 새가 있었던 거 같은데 ….”

나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내 장식이 예전보다 단순해졌다. 화병에 늘 꽂혀 있던 꽃들도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내보냈어요.”

“키우던 새가 …. 휘파람새였지? 새장 문을 열어놔도, 도망치지 않는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제가 달라진 걸, 알아본 거죠. 동물들은 그쪽으로 예민하잖아요. 당신도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미소였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서로의 표정과 생각을 읽었고 …. 감정의 영역에 도달한 순간,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날 증오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날 파멸시킬 것이다.

“휘파람새 …. 내보낸 게 아니지? 실비아 …. 너는 휘파람새를 죽이려고 했어. 그래서 휘파람새가 달아난 거야.”

“당신도 달아나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

매력적인 미소였다. 저런 식의 살인 경고장이라면, 한두 번 정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 달아날 수 없어.”

“아직도 저를 사랑하나요?”

“그래 …. 그래서 갈 곳이 없어.”

“당신은 바보예요.”

“알아. 하지만 …. 바보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아.”

“영생을 이식받기 전에는 ….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가슴이 벅차올랐죠. 아이들은 ….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

그녀는 미소로 끝맺었는데, 화려하고 찬란했지만, 끝없이 공허했다.

“장수는 길퍼드 증후군으로 15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었지. 판타지늄이 그를 최초의 영생자로 만들었어. 장수는 준과 아주 친했어. 하지만 …. 이유는 모르겠지만 …. 준을 증오했더군. 준의 여자에게 독극물을 주입했지 …. 장수가 가진 그 증오 …. 그 정체가 뭐지?”

“어머! 방금 당신 울먹였던 거 알아요?”

실비아는 즐거워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예전의 그녀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 즐거워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고 …. 그것이 그녀를 들뜨게 한 것 같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아요 ….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통찰하면서, 적응하고, 순응하며, 쟁취해왔죠. 어때요? 이제 영생자들을 이해하면서, 통찰해야겠죠? 할 수 있겠어요?”

도전적인 말투였다.

“해봐야겠지.”

“당신답군요. 당신이라면 성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 그 성공은 실패보다 고통스러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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