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한스경제 송진현]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과 진행 중인 소송전에서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판매와 관련해 지난 2020년 1월 불완전 판매 및 내부통제 소홀 등의 사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한 상태다. 법원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흡과 이를 준수할 의무 등과 관련해 CEO를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금감원은 2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장기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판례를 만들고자 항소한 것”이라면서 “DLF 공판 이후 뭐가 바뀌었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환이상 거래와 횡령 사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개인이건 단체건 대법원의 심리를 받아볼 수 있다. 금융사고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감원의 상고제기는 ‘소송 갑질’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보통 1,2심에서 패할 경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CEO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1,2심 판결에 따라 금감원은 대법원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의 금융감독원 감사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제재를 남발해선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금감원으로선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기 싫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에게 금융감독원은 이른바 ‘갑’이다. 금감원은 금융사와 임직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손 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연달아 패했으니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금감원은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자신들의 징계에 대한 정당성을 결단코 입증받고 싶었는지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대법원 상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갑질하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소송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험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일정한 손해배상액을 중재받았는데도 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하곤 한다.

이럴 경우 해당 피해자로선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3심까지 갈 경우 오랜 시간 소송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업무를 하기 힘들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난감한 입장에 빠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진행돼온 보험사의 ‘소송 갑질’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감독원의 손태승 회장에 상고 결정도 갑질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자숙하기 바란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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