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SSG 랜더스 제공
이대호. /SSG 랜더스 제공

[인천=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 인천 원정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대호는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 4번 타자 겸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선수로는 마지막 인천 원정 경기를 치렀다.

인천은 이대호에게 뜻깊은 장소다. 데뷔 첫 홈런을 때린 곳이 바로 인천이다. 그는 2002년 4월 26일 문학 SK 와이번스(SSG 전신)전 2회 초에 이승호(현 SSG 2군 투수코치)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전설의 시작점이 찍힌 곳이다.

경기 전 3루 게이트 앞에서 이대호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더운 날씨에도 이대호의 마지막 인천 나들이를 함께하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대호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고, 사비를 털어 제작한 모자를 선물했다. 그는 "벌써 4번째 은퇴투어다. 부산에서 가장 먼 인천까지 와주신 (부산)팬도 계시더라. 두산전을 시작으로 은퇴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 남은 경기들도 최선을 다해서 팬들께 받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이대호에게 선물한 간식차 모습. /SSG 랜더스 제공
추신수가 이대호에게 선물한 간식차 모습. /SSG 랜더스 제공

사인회가 끝나고 경기장으로 돌아온 이대호를 맞이한 건 '절친' 추신수(SSG)가 보낸 간식차였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한 '죽마고우'다. 간식차는 이대호와 추신수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고, '대호야, 니랑 야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둘은 오후 4시께 간식차 앞에서 만난 대화를 나눴다.

전날엔 또 다른 친구 정근우에게 떡을 선물 받은 이대호는 "어제는 정근우, 오늘은 추신수가 선물을 줬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고 챙겨준 친구들이 참 고맙다"며 "간식차 옆에 보니 어릴 때 같이 야구했을 때 사진도 있고 메이저리그 시절 사진도 붙어있더라 비록 KBO리그에서 오래 뛴 건 아니지만 사진들보니 우리 추억들이 많은 것 같다. 남은 기간 우리 둘 다 건강하게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SSG랜더스필드 전광판에 SSG 구단이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기념해 특별히 만든 선수단 영상 편지가 송출됐다. 추신수는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야구를 하면서 네가 훌륭하고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며 경의를 표했다.

SSG 랜더스 구단이 이대호에게 선물한 특별 제작 마패. /SSG 제공
SSG 랜더스 구단이 이대호에게 선물한 특별 제작 마패. /SSG 제공

SSG 구단은 이대호에게 3가지 특별 선물을 안겼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이대호의 별명에 착안해 조선의 마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아울러 데뷔 첫 홈런을 인천에서 기록한 이대호에게 프로데뷔 첫 홈런 기념구를 만들어 증정했다. 기념구에 당시 이대호의 등번호인 49번과 롯데 구단 엠블럼을 새겨졌다. 또 선수들의 사인볼로 이대호의 등번호인 '10번'을 그려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민경삼 SSG 야구단 대표이사가 마패를, 김원형 SSG 감독이 프로 데뷔 첫 홈런 기념구를, 추신수가 사인볼 액자를 전달했다.

이대호는 이날 결승 역전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마지막 인천 원정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는 롯데가 1-2로 뒤진 7회 말 2사 1루에서 SSG 김택형를 상대로 볼카운트 2볼에서 3구째 시속 131km짜리 포크볼을 잡아 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작렬했다. 이대호의 시즌 17호, 통산 368호 홈런이다.

이대호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꾼 롯데는 8회 초 2사 1,2루에서 대타 고승민의 중전 적시타로 1점 더하며 승부를 갈랐다.

이대호는 9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대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3루 측 응원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대호는 헬멧을 벗어 화답했다.

이대호의 통산 인천구장 성적은 타율 0.284(476타수 135안타), 20홈런, 68타점, 61득점이다.

경기 뒤 만난 그는 "볼카운트가 유리해서 자신 있게 돌렸는데 운 좋게 홈런이 됐다.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밝혔다.

커리어 첫 인천 경기에서 홈런을 때린 이대호는 마지막 인천 원정 경기에서도 대포를 쏘아 올리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대호는 "1호 홈런 순간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오래 전 일이다. 이제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이 안 나는 나이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좋은 야구장이다. 처음에 지어질 때부터 타자친화적으로 지어져서 홈런이 많이 나온다. 이곳에서 올스타전 MVP(2005년)도 받았고, 좋은 기억이 많다. 어제오늘 SSG 팬들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셨는데 보기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대호는 이미 여러 차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이 선수 생활 마지막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는 이날까지 5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를 4경기로 유지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저도 선수들도 팬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앞으로 남은 매 경기, 매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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