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89회> 글·김지훈

“당신에게 걸맞은 여자 친구가 있어요.”

지우가 말했을 때, 농담으로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녀석이 신경 써야 할 만큼 나는 외롭지 않다.

내가 일부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 여자 친구가 많이 있고, 직업과 출신, 나이와 인종이 다양하다.

개중에는 육체적으로 친밀한 관계도 꽤 된다. 여자가 남자를 위로하거나, 순종할 때, 몸을 오픈하는 것은 …. 뭐랄까 …. 자연스럽다. 섹스는, 약간의 테크닉을 갖춘다면, 꽤 멋진 대화가 된다.

원초적인 진실 …. 솔직함 …. 교감 …. 섹스보다 강렬한 진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강렬하므로 효과적이다 ….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걸요.”

녀석의 확고한 자신감이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여자가 있다면, 자네가 챙기게.”

“저에겐 과분하거든요.”

“그런 소리 말게, 그런 여자에게 걸맞은 남자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그녀도 자넬 도와줄 거야. 좋은 여자는 남자의 가치를 더해주지.”

“옳으신 말씀이신데 …. 그런 게 아녜요.”

지우는 몸을 비틀며, 손을 펴 보였다.

루시 …. 그녀는 인간을 이해하는 …. 감정과 집단행동, 무의식과 호르몬 불균형 …. DNA 패턴과 인간의 논리를 분석하고, 해석하며, 통찰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 최소한 그렇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고 한다.

루시는 지우가 …. 나를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여성의 정서와 감성을 가졌고 …. 문제 접근방식도 여성 특유의 방식 …. 페미니스트 알고리즘에 따른다. 그건 그렇고 ….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

사랑이란 걸 프로그래밍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저도 몰라요.”

지우는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크했다.

“자네가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이야?”

지우는 잠깐 눈알을 굴리더니, ‘글쎄요?’ 중얼거렸다. 내가 볼 땐, 엄청나게 큰 문제였지만, 지우에겐 아닌 듯싶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내가 녀석의 눈을 쳐다보며, 계속 압박하자, 지우는 어깨를 으쓱하곤, 설명을 늘어놓았다.

“사랑에 관한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수집하고, 전 세계의 인지과학 연구소와 심리학 연구소에서도 가져오죠. 여러 경로로 루시는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요. 최신 뇌과학의 성과도 공유하니깐 …. 어쩌면 그 어떤 여자보다 진실하게 당신을 사랑할 걸요.”

“인터넷으로 사랑을 배운다고?”

헛기침이 절로 나왔다.

“네 …. 다른 채널도 사용하고 …. 더 좋은 방법이 있나요?”

“왜 이런 짓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 아닌가요?”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자넬 절실하게 사랑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느낌이 어떻겠나?”

“절실하게 사랑받는 느낌이겠죠.”

지우는 별거 아니라는 투였다. 지금처럼 녀석의 무감각한 태도가 평소에는 좋아 보였지만, 지금은 좀 무서웠다. 이런 게 신세대라는 걸까?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음 …. 내가 아는 사랑은 …. 책임과 의무가 따라.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순 없어.”

“예외가 될 수 있어요. 산업혁명 이후로 로봇은 인간의 일을 대신해왔어요. 요즘은 친절이나 인사를 감정 노동이라고 부르죠. 앞으로는 단순한 일을 대신하는 걸 뛰어넘어, 감정 노동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당신이 늘 말했잖아요.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지 말고 …. 적응하라고.”

“다 맞는 말이긴 한데 …. 이건 좀 ….”

“낯설어서 그럴 거예요. 익숙해지면, 예전보다 더 편안해질 거예요.”

지우는 장담했다. 그리고 …. 그의 말이 틀린 적이 없다.

“좋아하는 가슴 사이즈가 있나요?”

녀석의 말에 깜짝 놀랐는데, 지우는 헤헤 웃으며 농담이라고 했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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