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쉐보레·르노코리아, 7년차 구형 모델로 구색만
SUV·전기차에 밀린 말리부·SM6 단종에 무게
현대차, 전기 세단 아이오닉6에 신형 그랜저 선봬
쉐보레 말리부 /사진=한국GM
쉐보레 말리부 /사진=한국GM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국산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SUV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세단 차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선택지가 좁아졌다. SUV 전문 브랜드로 정체성을 분명히 한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국산 완성차업계가 세단 시장을 뒷전에 둔 모양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주름잡던 국내 세단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 선택지를 제공하던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현재 판매 라인업에 각 1종의 중형 세단만을 배치해 구색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들 차종 모두 출시된 지 7년차에 접어들며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져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한국GM의 주력 브랜드 쉐보레는 2016년 출시한 9세대 말리부를 판매하고 있지만 생산기지인 부평2공장 폐쇄와 함께 단종을 앞두고 있다. 출시 당해 신차 효과에 힘입어 연간 3만6658대가 판매됐고 이듬해인 2017년 연간 3만3325대의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10분의 1 수준인 3107대로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판매량이 1284대에 불과해 말 그대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쉐보레는 2018년 준중형 세단 크루즈를 단종시켰다. 군산공장 폐쇄 등 불안한 경영 상황에서 말리부 판매량도 함께 떨어졌고 이후 현재까지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세단 시장보다 성장세인 SUV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부터 타호까지 SUV 풀라인업을 국내에 선보였으며 올해 트럭·SUV 전문 브랜드인 GMC를 국내에 추가 론칭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산을 맡은 차기 전략 모델도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질 소형 CUV다.

르노코리아자동차 SM6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SM6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도 과거 SM3, SM5, SM7으로 구성했던 세단 라인업을 현행 SM6 1종으로 단순화 했다. 유럽에서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SM6는 2016년 국내에 출시돼 연 5만7478대라는 판매 기록을 올렸다. 차별적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효율성 등을 무기로 중형 세단 시장 강자였던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 등을 위협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 SM6 판매량은 3만9389대로 전년 대비 31.5% 줄었고 이후 2018년 2만4800대, 2019년 1만6263대, 2020년 8527대, 2021년 3198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3% 늘어난 2983대를 기록하고 가격 대비 상품성이 강점인 신규 트림 SM6 필을 추가하는 등 분투하고 있지만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올해 초부터 유럽에서는 탈리스만 생산이 종료됐고 르노코리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SM6도 판매 기여도가 낮은 만큼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르노코리아 주력 판매 모델은 SUV인 QM6와 XM3며 2014년부터 중국 길리그룹과 합작 개발한 하이브리드 SUV를 부산공장에서 생산, 글로벌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새 주인을 찾은 쌍용차까지 과거 판매했던 고급 대형 세단 체어맨 계보가 끊기고 SUV 전문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현재 국산 세단 시장에서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브랜드만이 준중형부터 대형까지 세단 풀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이 같은 세단 시장 약세는 완성차업계 전반의 흐름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의 세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1% 감소한 53만695대를 기록, 2004년(51만4485대) 이후 17년 만에 50만대 언저리까지 규모가 줄었다.

이는 SUV와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데 따른 것이다. SUV는 야외활동 증가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성향이 강조되고 파워트레인 등 자동차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개선된 승차감과 상품성으로 주목을 받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현행 전기차 대부분도 구조적 특성과 실용성에 따라 SUV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19일 올해 출시 예정인 대형 세단 그랜저 신모델 디자인을 공개했다. 내연기관차 개발 비중이 줄어들면서 준중형 세단 쏘나타의 경우 단종설이 돌고 있지만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쳐 연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올해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를 출시해 SUV 중심인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G70, G80, G90 등 럭셔리 세단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G80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등 전기차 전환기에도 꾸준히 세단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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