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그룹 사회적 가치 총괄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 
SK텔레콤 부사장·SK브로드밴드 대표 등 역임한 CEO이자 실무 전문가 
SK그룹 내 사회적 가치 측정해 화폐단위로 환산하는 시스템 정착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대담=양세훈 부장·정리=김동용 기자] 국내 기업들이 ESG경영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된지 불과 2년 만이다. 그간 ESG경영은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대기업 협력사들을 포함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새로운 '표준'이자 '생존 전략'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 중 ESG경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단연 SK그룹이다. SK그룹은 다른 국내 대기업보다 앞서 ESG경영과 탄소중립을 추진해 왔다. SK홀딩스·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머트리얼·SK실트론 등 6개 계열사는 국내 최초로 사용 전력의 100%를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RE100'에 가입하기도 했다. 

ESG가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모두 고려해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이 ESG경영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 성과도 눈여겨 봐야 한다. 주요 관계사들이 체결한 상호협력방안 실행을 위한 협약에 기반해 SK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 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위원회 △거버넌스(Governance)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 △ICT위원회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SV(Social Value)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그 중, SV위원회는 SK그룹에서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을 총괄한다.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ESG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키워 나가며, 이해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SK텔레콤 부사장과 SK브로드밴드 대표 등을 역임한 이형희 SV(사회적 가치)위원회 위원장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SV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한스경제>는 1일 이형희 위원장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 서린사옥에서 만나 SK그룹의 ESG경영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SK그룹은 2018년부터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발표해오고 있다. 올해는 결과뿐만 아니라, 측정 산식과 데이터까지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스템의 매커니즘과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 가치 측정은 비재무적 경영 활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합의 과정이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특히 시스템 구축 초기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측정 범위·기준값·신뢰도 제고 등 많은 검토를 진행했고,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연구·협의를 통해 개발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대외에 산식을 공개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고 있다. 향후, 각 항목의 적합성 검증과 상대 평가를 위한 표준화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이 일정 기간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공표할 수 있다는 것은 향후 기업에 대한 중요한 투자지표나 평가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SG 평가기관들 입장에서도 개별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수치화해 발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최근 2~3년 동안 국내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SK그룹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 등을 통해 ESG경영을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와 6개 계열사가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사례를 봐도 그렇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더 민감한 해외 기업에서 SK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SK그룹이 타 국내 기업에 비해 조금 더 일찍 ESG와 관련한 '실천 노력'을 추진하면서 교훈을 많이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외 투자자·연기금 등으로부터 탄소배출 감축 전략의 적정성과 실행 성과에 대해 외부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넷제로' 이행 속도를 올려줄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ESG 시장에 우리의 목소리를 개진하고 있는 점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10월25일) IFRS(국제회계기준)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고, SK가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통해 글로벌 ESG 표준 제정에 노력해온 덕에 기업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에 초대됐다. ISSB가 현재 기업들의 밸류체인(Value Chain)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Scope3)를 공시하도록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사항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SK그룹의 ESG경영 소식만 한정해도 그 전의 SK그룹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위원장님 시각에서 인상 깊었던 변화나 전략이 있었다면 들려 달라. 

"2020년 RE100 가입, 2021년 넷제로 조기 달성 추진 선언이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결국 CEO들이 동의해서 선언이 이뤄지고 실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또, 매년 열리는 CEO세미나에서 발표되는 내용들이 최근 2~3년간 완전히 달라졌다. CEO들이 최태원 회장과의 일대일(1:1) 카운슬링을 통해 ESG경영의 글로벌 추세가 매우 빠르게 가고 있음을 절감하고, 이를 각사의 경영전략에 녹여 자본시장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 나가고 있다." 

- SK그룹 차원에서 ESG경영 성과가 눈에 띄는 지표는 무엇인가. 이를 통해 과거와는 달라진 사내 분위기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ESG경영 도입 초반에는 특정 담당부서의 일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SV와 ESG의 중요성, 글로벌 트렌드 등을 공유하면서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업무로 자리잡았다. 지표 측면에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KCGS(한국ESG기준원)등 ESG평가 등급이 상향됐다. 지난 2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계열사들이 지켜야 할 ESG 핵심지표를 선정했고, 외부의 인정으로까지 이어진 점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 전 세계에서 ESG가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특히 유럽연합(EU)은 ESG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ESG경영이 부상한 기저에는 소비자의 판단기준 변화가 있다. 이들이 느끼는 환경에 대한 불안감으로 급진적 환경정책들이 채택되고 자본시장까지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됐다. EU가 ESG에 적극적인 이유도 지구환경을 위해 출발한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작은 EU만의 산업경쟁력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IT를 선점했고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EU도 성장동력을 환경과 연관된 지점에서 발견했다고 본다. '유러피안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한 이유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다시 기저발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ESG 확산 움직임도 조금 움츠러든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EU 일부 국가에서 석탄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혹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럴 것인가 예상해보면 아닐 것 같다. EU에서는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석탄발전을 다시 가동하더라도, 멀리 내다보면 이번 전쟁은 기저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나 비(非)석탄 발전을 더 빨리, 강하게 진행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회사들도 매출이 늘고 있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한 매출 증가다. EU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것이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도, 그로 인해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막아도 추위에 떨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전쟁으로 EU의 공통된 목표가 됐다. 전쟁으로 인한 석탄발전의 반등은 큰 흐름에서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큰 흐름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흐를 것이다."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최근에는 국내기업들도 ESG경영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은 해외기업과 비교하면 ESG경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무늬만 ESG경영'이라고 지적받는 기업들도 일부 있다. 

"ESG경영을 채택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그린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 ESG에 대한 요구를 그럴듯한 말과 글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의 본질은 각종 경제활동이 다수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임팩트를 온전히 밝히는 진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그린워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규제형태로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규제를 두려화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진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일례로 '유니레버(글로벌 생활용품 기업)'가 10년 넘게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ESG 데이터를 공개해오고 있다. 외부 이해관계자는 이를 통해 데이터의 추세도 확인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이) 충분히 벤치마킹 가능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말씀하신 그린워싱이 최근 화두가 됐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ESG 워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워크 워싱'이라는 표현도 있다. 앞서 나가는, 깨어 있음을 주장하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척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기업이다. 의도치 않게 워싱한 곳이 있을 수 있고, 사안을 가볍게 생각해 워싱을 하는 곳이 있다. '그린'으로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워싱'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대부분 디지털로 이뤄져 아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기록이 남게 된다. 워싱 사례들은 기업이 당장은 손해를 보지 않는 것 같아도 한번 기록이 남게 되면 걷어들일 수 없다. 나중에 그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 있고, 법률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소비자·투자자의 신뢰 관점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단순히 신고자의 실수로 넘어가기 어렵다. 결국 알고도 행한 잘못이나, 약간의 의도를 갖고 행한 잘못이나 결과는 비슷해진다. 장기적으로는 수십배, 수백배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법률적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 결국 기업은 투자자들을 위해서 경영활동을 펼치지 않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ESG가 기업의 이윤창출에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각에선 이익이 없는 ESG는 그린워싱과 다를바 없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ESG경영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원해서다. 그리고 정책·금융기관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ESG경영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결코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식단조절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론은 틀리다고 볼 수 없는 얘기지만, 효과를 보기 위해 끼니를 너무 많이 거르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 않나. 또, 체질에 따라서는 일반적으로 특정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약이 오히려 건강에 더 안 좋은 사람도 있다. ESG경영도 그런 부분을 잘 판단해야 한다. ESG경영으로 인해 전보다 비용을 더 투자하게 돼도 ESG경영이 잘 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하면 ESG경영을 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없이 무조건 ESG를 추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솔루션이 아니다."

- 정책 지원의 부재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ESG경영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시급한 제도·정책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산업계가 마주한 가장 큰 숙제는 탄소중립 이행이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계가 탈탄소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정책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한편에선 2023년부터 시범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그린·소셜택소노미 등 각종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줬으면 한다. 또, 미국 인플레감축법(IRA법)과 같이 국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변화들은 사전 협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주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 약력 

△환경재단 이사(現)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現) △SK 미소금융재단 이사장(現)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사장(前) △한국사물인터넷협회 회장(前) △SK텔레콤 사업총괄(前) △제3대 개인정보보호협회 회장(前) △SK텔레콤 MNO총괄(前) △SK텔레콤 CR부문장·부사장(前) △제4대 한국 e스포츠협회 회장(前)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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