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이 약 1300억 원을 들여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 건 야구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도 큰 이슈였다.

정용진(53)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SG 랜더스를 창단하면서 "본업(유통업)과 야구를 결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롯데가 본업 등 가치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거다. 롯데 (자이언츠)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고 '유통 라이벌' 롯데를 저격하기도 했다.

‘세상에 없던 야구단’을 표방한 SSG는 창단 2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이 됐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7전 4승제) 6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4승 2패를 기록해 창단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성적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1등이었다. SSG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최다인 98만1546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도 1만 3633명 역시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야구와 유통을 결합한 '리테일먼트(Retail+Entertainment)'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마트는 4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기존 굿즈샵에서 볼 수 없었던 14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SSG 랜더스 굿즈샵을 오픈했다. 야구장뿐 아니라 이마트 전국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하면서 판매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SSG랜더스필드 식음료(F&B) 월평균 매출 역시 2019년 대비 67%, 2018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또 SSG 야구단은 신세계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4월 2~8일 ‘랜더스데이’ 기간에 SSG닷컴 매출은 전주 대비 30% 증가했다. 

노브랜드 버거 인천 SSG랜더스필드점 전경. /SSG 제공
노브랜드 버거 인천 SSG랜더스필드점 전경. /SSG 제공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야구단 창단 후 SSG랜더스필드 내 전광판 및 TV, 모바일 중계로 광고를 지속해서 노출했다.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은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 매장 중 일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관중의 약 15%가 찾는 인기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SSG가 정규시즌 선두권에 올라선 지난해 5월 노브랜드버거 인천 지역 지점 6곳의 매출액은 11% 증가했다. 신세계푸드가 SSG랜더스와 협업해 출시한 가정간편식 랜더스 스낵 3종도 일평균 500여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출시 2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5만 개를 넘어섰다. 특히 인천지역 소비자의 온라인 판매량은 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SSG에 챔피언 자리를 내준 히어로즈 구단의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은 이번 가을야구의 ‘숨은 승자’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8년 11월 히어로즈 야구단 메인 스폰서로 5년 계약을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서울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서 ‘네이밍 라이트(명명권)’를 행사하는 조건을 따냈다. 계약 금액은 매년 100억 원씩 총 500억 원 규모다.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진출 등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지급하기로 했다.

키움은 계약 첫해인 2019년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에도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 시즌에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개막 전 키움은 5강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마무리 조상우(28)가 입대로 자리를 비웠고,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박병호(36·KT 위즈)는 FA로 이적했다. 더욱이 시즌 중에는 트레이드로 주전 포수 박동원(30·KIA 타이거즈)까지 내줘 전력이 약화했다.

그러나 키움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시작 전에도 키움이 일찍 탈락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변을 연출했다.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를 눌렀고,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위 LG를 3승 1패로 꺾으며 ‘업셋(약팀이 강팀을 격파하는 것)’을 일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한 SSG를 6차전까지 몰아붙였다. 올 가을 야구의 참맛을 일깨운 ‘아름다운 패자’ 키움에 박수가 쏟아졌다.

키움증권은 이번 가을 히어로즈의 선전으로 마케팅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에 야구단은 브랜드를 노출할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올해 히어로즈 야구단이 ‘가을 돌풍’을 일으킨 덕분에 키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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