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사 "전장연, 2021년부터 약 1년간 총 75차례 지하철 내 불법 시위 벌여 열차운행 지연"
전장연-오세훈 서울시장, 면담 방식 이견으로 일정 기약 없어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교통공사 직원, 경찰과 충돌했다. /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교통공사 직원, 경찰과 충돌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제대로 날을 세웠다. 

10일 서울시는 "공사가 6일 전장연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상대로 6억145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알렸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부터 2022년 12월 15일 약 1년간 총 75차례 진행한 지하철 내 불법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 등의 피해를 줬다는 것이 공사의 주장이다. 공사는 최근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무정차 통과'로 강경 대응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한번 소송 카드를 꺼내들며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와 국회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공사는 전장연이 2021년 1월 22일~11월12일까지 7차례 벌인 지하철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그해 말 3000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기도 했다. 서울 아침 출근길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이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연합뉴스

전장연의 시위는 2023년 새해에도 계속됐다. 전장연 측이 2023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을 올해보다 1조3044억 원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요구의 0.8% 수준인 106억 원만을 반영해 시위는 이어졌다. 

전장연은 지난 2~3일 연일 시위를 펼쳤고, 공사는 무정차 통과로 맞대응했지만 출근길 승객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을 막는 교통공사 직원,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잇따라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전장연 교육장에서 진행된 박경석 대표와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의 면담 후,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 요청에 대한 답을 기다리며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오세훈(왼쪽에서 세 번째)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장애인 단체장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애인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오세훈(왼쪽에서 세 번째)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장애인 단체장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애인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전장연과 면담을 받아들이면서도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는 9일 장애인 단체장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애인 정책 간담회에서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날 것이다"며 "지하철을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 시장이 면담을 앞두고 전체 장애인의 입장을 아니라고 못박은 것에 대해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비쳤다. 

여기에 면담 방식을 두고 전장연과 오 시장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양측 간 면담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전장연은 '공개방송' 방식을 제안했으나, 오 시장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만남에는 어떤 조건도 없어야 한다.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며 공개방송 형식의 면담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길어진 만큼 공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승객들의 불편과 원성도 커지고 있다. 박마루 서울시 명예시장(장애인 분야)은 9일 오 시장과 간담회에서 "여론조사 중 전장연 집회에 대해 56%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있다. 장애계가 전장연 시위로 인해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장애계 단체의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오 시장과 면담이 가장 기대해 볼 만한 해법으로 보이인다. 그러나 면담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과 서울 지하철 승객들의 원활한 교통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전장연과 오 시장은 첨예해진 갈등을 풀어내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계속되는 시위나 무관용 원칙의 강경한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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