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한스경제 송진현] 지난 2000년대 후반 얘기다. 정치권 출신의 인사가 한 금융기관의 CEO로 선임되었다.

이에 해당 기관의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했다. 그런데 당시만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가 비일비재했기에 결국 그는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EO로 일 할 수 있었다.

당시 그 인사는 자신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강변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수긍할 수 없는 자기 변명이었다.  이 인사는 재임기간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거액의 연봉만 타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재임 기간 중 외부 유력인사의 민원을 소리소문 없이 들어줘 임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2년간 역임하긴 했으나 그는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이다.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어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을 지낸 주인공이다.

정치권이 이례적으로 임 전 위원장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금융 실정 장본인의 (회장직) 도전은 부적절하다”며 그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오른 것을 질타했다. 이들은 “임 전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한 인물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다”면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직 도전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자신이 민영화 과정에 개입했으며 이전에 몸 담았던 NH농협금융의 경쟁사이기도 한 금융사의 수장이 되려고 하는 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관치논란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임 전위원장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라면 이같은 논리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회장직 도전을 멈춰야 한다.

회장 선임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외풍에 휘둘려 관치의 그늘로 들어간다면 미래는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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