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심 재판부, 일본에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인정…"민법상 취득시효 20년 충족"
"반환 여부는 유네스코 협약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 /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제공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 /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제공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동관음보살좌상'이 고향살이 10여년 만에 다시 일본으로 넘어갈 위기에 빠졌다.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1일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의 판결을 뒤집었다. 앞서 2017년 1심 재판부는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자료를 미뤄볼 때 왜구의 약탈로 불상이 일본에 넘어간 것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소송을 제기한 서산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서산의 고려시대 명칭)가 같은 곳인지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사법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관음사)이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 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해당 불상을 점유한 점이 인정된다"며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 받았다는 관음사 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민법상 취득시효 20년을 충족한 것을 두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주지 원우(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스님 등 서산 부석사 관계자들이 '불상 소유권' 항소심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주지 원우(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스님 등 서산 부석사 관계자들이 '불상 소유권' 항소심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석사 측은 재판부의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전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대한민국에 용기 있는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근 서산 부석사 불상 제자리 봉안위원장은 "불상을 물려받았다는 관련 증거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재판부가 (서산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니 발굴조사를 해서라도 반드시 증거를 찾아 동일성을 입증할 것이다"고 밝혔다. 부석사 측이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입장을 밝힌 만큼, 소유권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불상 소유권은 일본에게 넘어갔지만, 실제 반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다"며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고려시대 제작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지난 2012년 10월 국내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있던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밀반입하면서 고향땅을 밟았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불상이다.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법정 싸움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서산 부석사 측은 '해당 불상은 1330년경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제작됐다가, 왜구의 약탈로 반출됐다'고 주장한다. 일본 관음사 측은 '1527년 조선에서 정당하게 양도받은 불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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