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완주 “트래픽 폭증에도 통신장애 없었다는 주장, 어불성설”
서울방재센터, 중계기 요청에도…통신3사 “특별한 문제없어”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 박수연 기자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 박수연 기자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통신 트래픽이 최대 280%까지 폭증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통신불량과 미흡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이통 3사는 참사 당시 통신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종합방재센터는 이태원동 일대 통신이 마비됐다며 이통 3사에 중계차를 요청했다. 당시 현장에는 전화가 먹통이 되거나 데이터 송수신이 안되는 등 통신 오류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동의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사 전주인 10월 22일 밤 11시~자정까지의 이태원동 이통 3사 5G 데이터트래픽은 53만MB였지만 29일 동시간대의 데이터트래픽은 99만MB로 나타났다.

통신사별로 살펴보면 SKT는 전주대비 97%, KT는 31%, LG 유플러스는 133% 올랐다. 이날 응급 구조가 진행 중인 새벽 3시에서 4시에는 최대 280%까지 트래픽이 급증했다.

트래픽은 전화 통신의 특정 전송로에서 흐르는 정보의 이동량으로, 과부화 시 접속 끊김이나 데이터 지연 등 데이터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로 통신 3사는 인구가 밀집되는 행사 및 축제에 이동형 중계기를 설치해 트래픽을 관리하기도 한다.

통신불량에 대한 증언은 앞서 국조특위에서도 언급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인구가 밀집돼서 통신불량이고 전화가 안됐던 게 많은 언론에 나왔고 당시에 112 상황실장하고 통화가 안됐다”고 밝혔다.

유해진 용산서방서 전 구조팀장도 “영상 송출 담당자가 저한테 영상 송출이 안된다고 도움을 요청했다”며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서 카톡 상황 공유방에 올리려고 했지만 통신 불량으로 전송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참사 당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무전 녹취에도 통신불량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방재센터 본부 회복차는 “지금 일대 통신이 마비 되어가지고 업무가 안된다”며 이동 3사에 중계차를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참사 당시 통화접속 성공률은 100% 가까이 유지됐다”며 통신장애 의혹을 일축했다.

이에 박완주 의원은 “통신 3사가 주장한 ‘통화접속 성공률’은 통화시도 건수 중 통화연결 성공 건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통화가 성공적으로 연결된 후 전송지연이나 끊김과 같은 통신불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소방당국, 이동중계기 지원 요청에도 “특별히 문제없어”

소방당국의 이동식 중계기 긴급 지원요청 등에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소방 상황실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자, 밤 12시 7분께 LG 유플러스에, 12시 8분 KT, 12시 15분 SKT로 이동식 중계기 배치를 요청했다.

상황실은 각 통신사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까 전화도 잘 안 터지고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이동중계기 추가 요청이 현장에서 들어왔다”, “압사사고가 발생해서 지금 사망자들이 많은데, 핸드폰이 잘 안터지는 부분들이 있다”며 당시 현장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LG 유플러스 측은 중계기를 배치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SKT는 통신 품질 점검 결과 특이사항이 없다며 중계기를 보내지 않았다. KT만 이동 중계기를 배치했지만 통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기만 했다.

특히 LG 유플러스는 중계기 배치를 거절했음에도 지난해 11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협조 요청은 없었다”며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LG 유플러스 관계자는 “(서울 소방상황실이) 관제 팀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쪽에 연락을 하는 바람에 중계기 배치와 관련된 내용이 관제팀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SKT 관계자는 이동 중계기를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요청받고 출동했을 때 특별히 현장에서 통신장애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통신장애라는 것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저희가 테스트 했을 때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트래픽을 사용하는 넷플릭스에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통신사가 이태원 당시 트래픽 폭증은 있었지만 통신장애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동안 통신사의 보여주기 식 통화품질 테스트가 지적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통신장애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 긴급요청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소방의 긴급 지원요청에 통신 3사 모두 제각각 행동했다”며 “국민 안전 보호조치를 위한 통신 재난 대비 통합 메뉴얼을 수립하고 전기통신사업자의 공공안전 의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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