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장연, 3월 23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 유보
전장연 측 "4가지 요구사항 답변 없을 경우, 1박2일 지하철 타기 투쟁 예정"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긱지역승강장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달보기 운동 함께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긱지역승강장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달보기 운동 함께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기획재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며 다음달 23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기로 했다. 3년째 이어진 전장연 시위가 드디어 출구를 찾고 '장애인 이동권'과 '승객 출근권' 모두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달보기운동' 함께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3월 23일까지 지하철 탑승은 하지 않고 승강장에 머물겠다"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에 대한 법안 소위 논의가 진행됐다. 서울시와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시위를 유보하겠다는 것이 전장연의 설명이다. 

전장연은 시위를 유보하며 한발 뒤로 빼는 듯했지만 사실상 기획재정부와 오 시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박 대표는 "마지막 기회다. 다음달 23일까지 전장연의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24일부터 1박2일 동안 지하철 타기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며 4월 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매일 지하철을 타면서 오 시장과 추경호 기재부 장관의 책임을 촉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이 서울시에 요구한 4가지 항목은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와 작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미이행 사과 △서울시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촉구 △서울시 '탈시설가이드라인' 권고에 대한 유엔(UN)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초청간담회 이행 △내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변 등이다. 

출근길 고초를 겪었던 시민들에게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기다리면서 '시민과 함께 하는 달보기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봐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며 자신들의 시위 목적을 보고 비난 대신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5호선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5호선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 연합뉴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 연합뉴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2021년 12월 시작돼 어느덧 햇수로 3년, 일수로는 238일째다. 제자리를 맴돌던 전장연 출근길 시위도 출구를 찾아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전장연은 최근 오 시장과의 단독 면담을 가진 데 이어 다음달 2일 김상한 서울시복지정책실장과 오 시장에게 요구한 4가지 사항에 대한 실무협의까지 예정하고 있다. 그동안 전장연의 계속되는 시위,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한 시의 행보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더욱이 오 시장이 기재부에게 전장연의 입장을 전달하기로 약속하는 등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다만 기재부가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 법안 개정에도 동참하고 있진 않는 점은 전장연 시위 재개 불안 요소로 남는다. 앞서 전장연은 2023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을 올해보다 1조3044억 원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요구의 0.8% 수준인 106억 원만을 반영했다.

전장연 측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 변화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며 "매주 추경호 장관 자택과 공개적인 장소를 찾아갈 것이다"고 예고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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