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기업 포괄임금제 악용...연장근로수당 미지급·근무시간 기록 거부
정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행정력 총동원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정부는 올해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의 원년으로 삼고, 전례 없는 강력한 조치를 통해 불법·부당한 행위를 뿌리 뽑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정보기술(IT) 기업 노조위원장·노동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직장인 3명 중 1명은 초과근무를 하고서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질적인 문제가 된 '공짜야근' 관행은 뿌리 뽑힐 수 있을까. 

포괄임금 오·남용 사례는 업계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7∼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32%가 연장·휴일·야간 등 초과근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업무 특성상 야근 등 연장 근무가 잦지만 포괄임금 계약이 만연해 있다. 2021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 노동자 63.5%가 포괄임금제 임금 계약을 맺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기본급에 미리 포함해서 지급하하는 임금산정방식이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 허용하며 근로자에게 불이이익 없어야 한다. 포괄임금산정제도에 따라 지급받은 수당액이 실제로 시간외근로를 한 수당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무효라고 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만드는 데 악용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일정시간 연장근로시간을 정해놓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근무시간 작성 기입을 회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익명 제보에는 "매일 1시간씩 무료노동, 연장근로시간을 한달 33시간으로 정해놓고 연장근로수당 1.5배를 주지 않았다"며 "출퇴근기록카드를 요청했으나 사측 거부로 출퇴근 기록도 안되고 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월마감 연장근무가 잦은데 근로계약서상 포함된 초과근무수당(4시간) 이상의 연장근무 수장을 못 받고 있다", "고정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의 대가를 지금하고 있다. 하지만 실근무시간은 계약된 시간상이고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규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는 태도와 의지가 전무하다" 등의 고발이 이어졌다. 포괄임금제 악용 피해로 직장인 30% 이상이 정당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저녁 없는 삶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고용부는 지난 1월부터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을 근절 및 예방하고자 정부 역사상 최초로 기획감독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 기획감독에 이어 하반기도 추가 감독 예정이다. 

또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내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연장근로 한도(주 52시간) 위반에 대한 즉각적인 권리구제를 한다. 신원 노출을 우려하는 근로자를 위해 익명신고센터도 신설했다. 익명 신고로 접수된 사업장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으로 관리되고 사전 조사 등을 거쳐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감독하거나 하반기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3월에는 '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도 발표하는 등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행정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보기술(IT) 기업 노조위원장·노동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보기술(IT) 기업 노조위원장·노동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이 장관은 "현행 근로시간제도는 공장법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70년간 유지된 획일적·경직적 규제로 인해 현실 요청에 부합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소위 포괄임금"이라며 "포괄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가 현장수요를 감안해 인정해온 관행이다. '더 일하고, 덜 받는' 포괄임금 오·남용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위법 사항이고, 일한만큼 보상받지 않아 공정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괄임금을 오·남용하면 기업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해 근로시간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다"라며 "포괄임금 오·남용에 행정력을 총동원해 공짜 야근, 장시간 근로를 야기하는 현장의 불법·부당한 관행을 바로 잡겠다"라고 약속했다. 

포괄임금 계약을 맺은 대부분이 자신의 야근·연장수당 등에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일부 기업은 조금 높은 기본급을 미끼로 근로자와 계약을 맺어, 급여 이상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있다. 특히 포괄임금을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을 약속한 만큼 '일한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건강한 근로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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