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안도걸 전 기재부 2차관, 퇴직 10개월 만에 취업 성공
복지부 국장 시절 바이오 산업 직접 관여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연합뉴스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 같은 부처 출신인 안도걸 전 2차관을 후보자로 선정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안 전 차관은 보건복지부 근무 당시 바이오 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어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달 1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안 전 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안 전 차관 영입은 지난달 박 전 사외이사가 임기를 2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임한 데 따른 후임 성격으로 분석된다. 박 전 사외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안 전 차관을 추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안 전 차관은 행시 33회 출신으로,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과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기재부 예산실장 등을 지냈다. 퇴직 10개월 만에 국내 및 글로벌 위탁생산(CMO) 1위 바이오 기업에 취업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각각 43.06%, 31.22%을 갖고 있다. 삼성 계열사가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안 전 차관은 주총과 상관없이 사외이사로 취업이 확정된 것이다.

문제는 안 전 차관이 지난 2012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당시 제약바이오업체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등, 바이오 산업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관피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국회의원,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와 업무가 연관돼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취업 승인을 했다. 윤리위는 안 전 차관이 복지부를 퇴직한지 10년도 더 지났고,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업 내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고 전문성이 증명된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이외사 후보자 선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전 사외이사는 2016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6년 동안 계열사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박 전 사외이사는 17대 국회의원과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전 사외이사나 안 전 차관은 이른바 ‘권력형 사외이사’로 볼 수 있다”면서 “이같은 인사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적임자라는 긍정적 시선도 있는 반면, 소액주주보다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모든 의안에 대해 100% 찬성했다.

이처럼 거수기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대신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총회에서 박 전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명백히 훼손하고,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 시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독립성 결여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안 전 차관을 선임하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와 감시의무 등,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한 우려(거수기)는 선임 이후 행보를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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