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출생아 수·합계출산율 모두 최악 성적표
오세훈 서울시장 "모든 파격적인 방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 연합뉴스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지난해 전국의 출생아 수가 25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전년도 0.8명대였던 평균 출생아 수도 0.7명대로 추락했다.

통계청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1500여명 감소한 24만 9000여명을 기록했다. 2002년 50만명 선이 무너진 후 20년 만에 절반이 줄었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발표된 0.78은 역사상 처음 기록하는 수치다. 2018년 처음 1명 아래로 줄어든 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수치는 더 심각하다.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38개국에서 합계출산율이 1 이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바로 윗순위인 이탈리아 1.2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가장 큰 문제는 혼인건수가 줄고 혼인을 해도 첫째 아이만 낳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000여건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혼인 건수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여전히 20만건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첫째아 비중은 전체 출생아 중 가장 많은 62.7%를 차지했다. 첫째아 비중이 6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혼인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산이 증가하고 첫째아만 낳는 가정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 / 연합뉴스

매년 통계가 나올 때마다 '인구쇼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당국은 별다른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인구층인 90년대생이 혼인하는 나이가 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혼인에 대한 인식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뀐 상황에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실제로 사회복지연구에 게재된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데 동의한 여성은 4.0%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여성이 53.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저출생 해결에 가능한 자원을 최우선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라면 주저했을 모든 파격적인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교육예산, GNP 5% 확보'를 공언했듯
저출생 예산부터 구체적 목표를 정해 우선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각자는 소중한 존재인데 '00충' 같은 멸칭이 범람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대화조차 불가능한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결혼과 육아는 남녀가 사랑하고 고도로 협력할 때 가능한데 이런 분위기는 문제다. 어렵지만 혐오를 과감하게 떨쳐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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