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타 선수단 장악 가능한 이름값 높은 외국인 감독 선임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 8일 입국 예정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의 새 사령탑에 오른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을 두곤 아직까지 여러 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축구계는 ‘왜 클린스만 감독이었느냐’라는 데 여전히 물음표를 제기한다.

마이클 뮐러(58·독일)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클린스만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기자회견장에선 취재진의 질문이 빗발쳤다. 선임 절차와 이유에 대해 유난히 에둘러 표현하는 뮐러 위원장의 화법과 두루뭉술한 통역에 취재진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특히 귀에 들어왔던 부분 중 하나는 ‘최종 후보 5인에 한국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뮐러 위원장에 따르면 처음 감독 후보는 61명이었다. 이후 23명까지 추리고, 이를 또 5명, 2명으로 좁힌 끝에 선임한 게 클린스만 감독이다. 뮐러 위원장은 ‘한국인 감독이 후보군에 포함됐었느냐’란 질문에 “전체 후보군인 61명엔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후보 5명엔 없었다”고 답했다.

당초 축구계에선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인 지도자가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남자축구가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던 3차례 중 국내인 지도자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허정무(68) 전 감독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땐 거스 히딩크(77·네덜란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땐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의 후임 후보론 김학범(63)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최용수(52) 강원FC 감독, 박항서(64)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 등이 거론됐지만 불발됐다.

"한국 대표팀에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선임 배경에 대해 “(선임 과정에서) 인간적인 부분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강한 성격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술적인 부분 외에도 개성, 스타 플레이어를 살리고 동기부여가 돼 있는 등 그런 부분들이 강점이라 생각했다. 리더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KFA 제공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KFA 제공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축구계 파벌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사령탑인데다가, 대표팀 지도자 역사상 가장 높은 이름값을 갖고 있다. 독일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였던 그는 1998년 현역 은퇴 후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6년 자국 월드컵에서 3위의 성적을 냈고, 이후 미국 대표팀을 이끌며 2013년 북중미 골드컵 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일궈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선수단을 장악하며 대표팀을 이끌 지도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7·울버햄턴 원더러스), 김민재(27·SSC 나폴리)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 수준의 스타들을 대표팀에서 통솔하기 위해선 세계적인 선수 출신의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기간 선수단과 축구협회가 갈등 빚은 이른바 ‘2701호 사태’도 관리형 감독을 뽑게 되는 하나의 참고 사항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은 한편으론, 동남아 등에서 축구 지도자 한류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세계적인 선수들을 이끌만한 국내 지도자가 없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8일 한국땅을 밟을 예정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푸른 눈 감독의 지도 하에 16강 기적을 일궈냈던 한국 축구. 하지만 3년 뒤 또 다른 월드컵 16강의 칼자루까지 푸른 눈의 감독에게 맡기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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