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91회> 글·김지훈

이드의 미소는, 추수를 앞둔 보리밭처럼, 평온했다. 영생자의 표정과 몸짓에는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월성’이 감도는데 …. 멀쩡한 사람을 홀린다.

그들은 아름답고, 강인하고,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을 가졌다 …. 생명의 최종 소비자.

영생자의 초월성 …. 언뜻 보면, 더할 수 없이 찬란하지만 …. 자세히 들여다보면 …. 끝없이 공허하고 터무니없이 황당한 …. 텅 빈 충만 …. 넋을 잃고 빠져들면 …. 영혼을 잃고 마는 위험한 덫 …. 불나방을 유혹하는 불꽃.

초월성에 맞서 자아를 지키는 것은 …. 지혜나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 용기와 본능의 영역이다.

“자네의 그런 눈빛이 맘에 들어. 그동안 그런 식으로, 날 쳐다보는 사람이 아쉬웠지.”

이드는 경쾌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외모는 가장 완벽한 20대의 육체였지만, 그의 생물학적 나이는 나보다 20세 많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걸맞은 정중한 예의를 갖췄다. 이드는 내가 만나는 인물 중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 중 하나였다. 유럽을 하나의 경제 블록을 만든, 탁월한 정치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력을 겸비한 영향력 ….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대범하고 치밀한 추진력까지 ….

“지난달, 프랑스는 사막처럼 뜨거워져서, 일주일 사이에 16,700명이 사망했지. 대부분 늙은이이었지만, 에어컨이 쫙 깔린 도시에서 더위 때문에 만 명 이상이 죽어 나갔다는 건 …. 충격적인 일이야.”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 보였다.

“최고 온도가 52도였다죠. 모스크바에서도 기후 온난화로 낮 최고 온도가 35도까지 올랐습니다.”

“그래서 돈 좀 벌었나?”

“네?”

“내가 아는 마킷이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아.”

“요즘은 제가 직접 투자하거나 거래하지 않지만 …. 탄소 배출권 거래로 상당한 수익을 냈고, 곡물 가격 상승에 배팅하고 있습니다. 태양 빛과 열을 흡수해서,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건축 소재를 개발했는데,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고, 체온을 감지해서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헬스케어 제품도 선보일 겁니다.”

“그런 걸로 만족할 수 있나?”

“네?”

“자네가 좋아할 만한 투자와 사업을 준비해뒀네.”

그는 유혹하려는 듯,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는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잘 갖춰진 미소’였다.

…. 기후 거래소.

석유를 거래하듯이, 구름과 바람을 …. 심지어 일조량과 날씨까지 거래하는 …. 새로운 개념의 시장이었다.

시장이 성립한다면 …. 기후 거래소가 발행하는 탄소 달러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중국 위안화를 초월하는 새로운 기축 화폐로 자리 잡게 되고 …. 기후 거래소를 운영하는 그룹이 전 세계의 경제를 손에 넣게 된다.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이 가능할 리 없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경제 주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 뻔했다.

이드가 한계를 뛰어넘는 뛰어난 정치력과 수완을 발휘한다고 해도 …. 날씨를 사고파는 기후 거래소를 세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10년 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이제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무르익었어.”

이드는 자신만만했다.

“저항이 클 겁니다. 세상을 설득하려면 ….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나는 세상을 설득하지 않아. 그런 구차한 짓은 하지 않아. 오히려 세상이 애원하며 나에게 매달리게 될 거야. 3년 이내에 전 세계가 참여하는 기후 거래소를 보게 될 거야.”

그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그의 과대망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디테일한 설명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이드가 나에게 요구하는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 일을 당해야 …. 당신에게 매달리고 …. 기후 거래소를 인정하는 거죠?”

“좋은 질문이야. 자네가 대답해보게.”

“저는 모르겠습니다.”

“작은 힌트를 주지.” 이드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웃었다. “그것의 색깔은 하얗게 얼룩진 녹색이지.”

한국스포츠경제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