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대표팀 선수들. /WBC 조직위 제공
일본 야구대표팀 선수들. /WBC 조직위 제공

[도쿄(일본)=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너무 부러웠다. 일본 야구 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의 별칭)를 바라보고 든 생각이다.

10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은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의 수준 차가 여실히 드러난 경기다. 이날 한국은 마운드에 올라오는 투수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자멸하거나 난타 당했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와 정확한 제구를 앞세워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던 한국 야구는 6년 만에 열린 WBC에서도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퇴보한 한국 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결국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대표팀 운영 시스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라이벌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해진 일본 야구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전임감독제를 운영한다. 2013 WBC에서 대회 3연패에 실패한 뒤,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지난 2012년 12월 구리야마 히데키(62) 감독을 전임감독으로 선임한 뒤 치밀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해 11월 일본프로야구(NPB) 요마우리 자이언츠, 닛폰햄 파이터스, 호주 대표팀과 4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구리야마 감독은 지난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현장을 찾아 대표팀 승선이 유력한 선수들을 직접 살피는 등 일찌감치 한국 선수들에 대한 전력 분석도 했다.

구리아먀 히데키(맨 오른쪽)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 /WBC 조직위 제공
구리아먀 히데키(맨 오른쪽)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 /WBC 조직위 제공

일본 대표팀은 국제 대회가 열리지 않는 해에도 소집해 함께 훈련하며 평가전을 치른다. 전임 감독은 평가전을 치러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울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험과 기량을 쌓는다.

야구계에선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처럼 전임감독제를 운영하고, 선수들이 지금보다 많은 국제 무대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15일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어린 선수들이 많았는데 큰 무대에서 바로 첫 경기를 하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다. ‘(친선 경기를 가지며) 미리 경험을 시켜주는 부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저희는 국제대회가 있을 때만 국가대표 소집을 하는데, 일본은 매년 소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KBO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친선 경기 같은 것을 만들어주면 가서 열심히 뛰고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7 WBC에서 1라운드 탈락한 이후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선동열(61) 감독과 김경문(65) 감독이 전임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치자 2022년부터 전임감독제를 폐지했다.

A매치를 많이 치르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국제 대회가 적어 전임감독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도 있다. 또 현장에서 물러난 '야인'이 전임 감독을 맡으면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임감독은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실행하는 데 유리하다. 전임감독 체제로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며 선수들에게 자주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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