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 이정현. /KBL 제공
고양 캐롯 이정현. /KBL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 2명의 이정현이 있다. 1987년생 큰 이정현(전주 KCC)과 1999년생 작은 이정현(고양 캐롯)이다.

인지도는 큰 이정현이 훨씬 높다. 그는 2010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데뷔한 이후 상무에서 복무한 기간과 국가대표팀 차출 기간을 제외하고 KBL리그 전 경기(582)에 출전한 ‘철인’이다.

하지만 이제 이정현 하면 작은 이정현을 떠올리는 농구 팬들도 많아질 듯하다. 작은 이정현은 올 시즌 ‘폭풍 성장’하며 KBL을 대표하는 차세대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 원정경기에서 3점슛 4개 포함 34점을 몰아쳤다. 캐롯은 이정현의 활약을 앞세워 울산 현대모비스를 86-79로 꺾었다. 구단 역사상 첫 PO 승리를 거뒀다. 1승 1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6일 장소를 고양체육관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이정현은 이날 주포 전성현(32)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경기 내내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득점을 쌓았다. 3점슛 11개를 던져 4개를 꽂아 넣었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 무려 15점을 몰아쳤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현이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잘해줬다. 1차전에서 부진했었지만 오늘은 공격과 수비 다 잘해줬다"고 치켜세웠다.

고양 캐롯 이정현. /KBL 제공
고양 캐롯 이정현. /KBL 제공

연세대 출신인 이정현은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데뷔 첫 시즌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9.7득점 2.7도움을 기록했다.

그에게 2년 차 징크스는 찾아볼 수 없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4분2초를 뛰면서 15점, 2.6리바운드, 4.2어시스트, 1.7스틸을 올렸다. 어시스트 6위, 스틸 2위, 3점슛 7위(2.1개)를 마크했다. 가드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승기 감독의 혹독한 지도를 받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기량발전상은 동기 하윤기(24·수원 KT)에게 아쉽게 내줬지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이정현에게 근성이 생겼다. 농구를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됐다”며 “평균 20득점을 기록하는 선수로 만들고 싶다. 리딩, 공격, 슈팅 가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승부욕과 근성이 몸에 배는 게 중요하다. 조금씩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라며 이정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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