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흥국생명 잔류 또는 현대건설 이적 가능성
어떤 선택이든 V리그 판도 요동칠 듯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여자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배구여제’ 김연경(35)의 선택에 모두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배구계에 의하면 김연경의 선택지는 당초 3개 구단에서 페퍼저축은행이 빠지고 사실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2개 구단으로 압축됐다. FA 시장 사정에 정통한 한 배구 관계자는 12일 기자에게 “페퍼저축은행도 용인에 숙소가 계속 있었으면 김연경의 선택지에 놓일 수 있었지만, 광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밀린 것으로 안다”며 “다른 구단들은 제안을 하지 않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다 끝난 상태다. 결국 흥국생명 잔류와 현대건설 이적이라는 선택지만 남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대건설행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였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과 오늘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상황이 급변해 흥국생명 잔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금으로선 반반의 확률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연경의 머릿속이 복잡할 법도 하다. 선택에는 신뢰, 페이컷, 우승 가능성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아본단자 감독과 양효진(34·현대건설)은 김연경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이들이다. 흥국생명에 잔류할 경우 자신을 바라보고 온 아본단자 감독과 의리를 지킬 수 있으며 페이컷에 대한 부담도 없다. 아울러 구단 전설로서 명예롭게 은퇴할 가능성도 커진다.

김연경. /KOVO 제공
김연경. /KOVO 제공

반면 현대건설로 갈 경우 여자배구 대표팀 후배 양효진과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흥국생명에 잔류해도 우승 가능성은 있지만, 현대건설로 갈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현대건설이 FA로 풀리는 일부 준척급 선수들을 포기하고 김연경을 잡으면 김연경의 연봉 수준 또한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 김연경의 집과 더 가까운 쪽도 현대건설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아본단자 감독이 상당히 난처해질 수 있다. 김연경이 이탈할 경우 다른 선수를 보강한다고 해도 아본단자 감독의 원래 계획은 크게 틀어질 수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전력 손실로 팀이 하위권에 쳐질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김연경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지만, 한 시즌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을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김연경의 결정으로 V리그 여자부 판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흥국생명이 2021-2022시즌 6위(10승 23패·승점 31)에 그쳤다가 올 시즌 김연경 가세 후 정규리그 우승(27승 9패·승점 82)를 차지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연경은 지난 2020년 국내 복귀 후 첫 언론사 단독 인터뷰였던 기자와 인터뷰에서 “명예로운 선수로 남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출간한 저서 제목 ‘아직 끝이 아니다’처럼 김연경의 배구인생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배구여제로서의 ‘명예로운 마지막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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