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1996년 12월 31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액션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가 출시된 날이기도 하다.

디아블로는 게임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기존 게임들이 답습했던 턴제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이라는 장르를 유행시킨 원조이기 때문이다.

20여년간 디아블로I, 디아블로II, 디아블로III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새해를 맞아 지금의 블리자드를 있게 한 디아블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 3시간 만에 고친 게임, 세계를 놀라게 하다

디아블로는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는 악마와 싸우는 세계관을 이용해 RPG를 만들고 싶어했다.

초기 디아블로는 테스트 버전 개발 당시 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중‧후반기는 역할수행게임(RPG)이 방식으로 개발되던 시절이었다. RPG로 기획했던 디아블로 역시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시 본사의 운영진들은 게임이 너무 느리고 턴제 방식으로 구현하기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운영진들은 개발자에게 실시간 형식의 게임으로 교체해 달라고 주문했다.

▲ 디아블로1 게임 화면. 관련 유튜브 영상 캡쳐

결국 개발팀은 완강한 고집을 꺾고 디아블로를 3시간 만에 실시간 형태의 방식으로 전면 교체했다. 개발팀의 예상과 달리 실시간 형태의 디아블로는 턴제 방식의 답답한 게임 방식을 속도감 있는 액션 게임으로 바꿔 놨고, 급기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1996년 12월 출시된 블리자드는 도적, 전사, 마법사 등 캐릭터 마다 고유한 스킬을 사용하는 실시간 액션 RPG로 전 세계에서 흥행을 거둔다. 이를 통해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다시 한 번 인기 게임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느린 인터넷 환경과 검열된 개정판으로 출시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 2000년, 돌아온 악마는 더욱 강력해졌다

2000년 발매된 디아블로II는 전작의 인기를 뛰어 넘으며 최고의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디아블로II는 전작보다 속도감을 높였고 콘텐츠도 대거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게임마다 맵 구조가 달라지는 ‘랜덤맵’은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유저들에게 문화 충격을 안겼다.

▲ 디아블로II 캐릭터 디자인. 관련 홈페이지 캡쳐

아이템 분류도 다양화 시켜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세트, 고유 아이템을 추가해 사용자들의 게임 체류시간을 늘렸다는 평가다.

특히 래더 게임의 ‘카우레벨’ 콘텐츠는 국내 유저들을 PC방 폐인으로 만들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이른바 ‘조던링’을 갖기 위해 카우방을 돌며 끊임없이 게임하던 모습은 2000년대 국내 PC방의 대표적 문화로 꼽힌다.

2001년에는 디아블로II 확장팩 ‘파괴의 군주’가 추가됐다. 악마 ‘바알’과 사투를 벌이는 세계관과 더불어 신규 캐릭터 ‘드루이드’ ‘어쌔신’이 업데이트됐다.

다만 오랜 기간 인기를 얻은 게임인 만큼 조던링을 비롯한 아이템 복사, 드루이드‧어쌔신 등 신규 캐릭터 밸런스 문제 등이 야기되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 디아블로III, 역대급 게임성에 남은 ‘옥의 티’

디아블로III는 디아블로II의 마지막 확장팩이 이후 11년만인 2012년 5월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디아블로III에 대한 기대치는 수직 상승했고 정식 출시 후 한정판 구매층은 급격히 늘었다. 심지어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 않은 사람도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낼 만큼 관심도는 역대급 수준이었다.

▲ 디아블로III. 블리자드 제공

뚜껑을 연 디아블로III에 대한 평가는 대만족이었다. 블리자드의 역량을 집대성한 신작은 기다린 유저들을 웃음짓게 했다. 풀3D 그래픽과 더불어 콘텐츠를 대폭 추가하며 “역시 블리자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역대급 판매고를 기록한 만큼 게임 서버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Error 37’로 명명되는 접속 불량 메시지가 계속되면서 멀티플레이 유저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결국 대규모 점검 사태와 해킹 문제들이 겹치면서 많은 유저들이 떠나갔고 이는 ‘옥의 티’로 남았다.

이후 블리자드는 새로운 패치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하면서 디아블로III의 게임 외적인 시스템 불안을 해결할 수 있었다.

■ “20주년은 다함께 즐겨요” 블리자드의 이색 이벤트

블리자드는 이번 디아블로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게임 이벤트를 진행한다.

디아블로III에서는 20주년 기념 이벤트 던전을 운영해 오리지널 디아블로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는 디아블로 풍 초상화와 함께 관련 주제로 새로운 난투가 적용됐다.

▲ 블리자드 제공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성역의 상징적 생물들이 등장해 플레이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버워치’에는 강령술사를 제외한 디아블로III의 모든 직업들이 게임 내 스프레이 아이템으로 출시된다.

‘하스스톤’ 신규 선술집 난투에서는 두건을 쓴 수수께끼 인물이 플레이어를 찾아와 디아블로 20주년 기념 이벤트 보상을 주제로 한 특별 카드 뒷면을 획득할 수 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서비스한 디아블로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며 “이를 기념해 유저들이 다양한 게임 속에서 블리자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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