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범사업 고려하고 있으나, 가급적 법안 통과돼야
플랫폼업계, 비대면진료 초진부터 허용 촉구
2020년 2월 한시적 허용 이후 1379만명 이용, 3661만 건 이상 시행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국내 비대면진료가 오는 5월 금지될 위기에 놓이자 보건복지부가 제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정부는 재진, 만성질환자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비대면진료 제도화 취지와 정부 방침 관련 보고를 올렸다.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 종료를 앞두고 제도화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은 5월 초로 개최가 예상되는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종료할 경우, 국내 감염병 위기 단계도 ‘경계’ 혹은 ‘주의’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하향 조정되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진료 서비스는 종료돼야 한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적인 대안으로 바라본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고,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되 재진환자부터 대상화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끝낸 상태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니콘팜(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주최로 열린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제도화 과정에서 내달 초로 예상되는 위기상황 격하에서 비대면진료 공백이 존재할 수 있어 이를 위해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필요한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약사회 등 주요 참여자들과 큰 틀에서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로써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특히, 비대면 진료 필요성 공감하면서 현재 발의된 6건의 법률안을 중심으로 제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관은 “의료법 개정안 심사에 임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회가 심사 중인 법안들이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들을 시범사업에 담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뤄진 비대면 진료를 통해 만성질환관리, 처방, 복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처방·복약 환자 가운데 입원·수술 비율이 유의미하게 줄었든 만큼 비대면 진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 정책관은 “감염병 위기상황 속에서 비대면 진료 효과를 확인했고 지난해 3월 오미크론 환자가 62만명을 초과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상당한 실증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마약류 등 오·남용약 처방 제한이나 플랫폼이 준수할 의무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했던 것들을 기초로 제도화를 위해 의료법이 서둘러 개정돼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법안이 복지위 법안소위에 있고, 본회의 절차를 내다봐도 내달 초 코로나19 심각 해제가 예상되는 것과 견주면 공백이 있을 수 있다”며, “공백이 없도록 시범사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대면진료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시행하고 있으며, G7국가 대부분은 초진부터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2월 비대면진료가 한시적 허용된 이래로 2023년 1월까지 1379만 명의 국민이 이용, 3661만 건 이상이 시행됐다.

플랫폼 업계는 초진환자가 대상에서 제외되면 이용자의 급감이 확실시되는 만큼,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재진환자에 국한되면 관련 업계가 고사, 사실상 새로운 비대면진료 규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임지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초진·재진 환자의 기계적 구분은 환자가 같은 의사가 30일 이내 진료를 받는지 여부”라며, “이러한 기계적 구분으로 비대면진료 대상을 나누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임현정 헥토클리닉 대표는 약국에서의 비대면진료 반대가 큰 점을 거론하며 “환자들은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받길 바란다”며, “심각한 오투약 사례는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길은진 굿닥 실장도 이대로 제도화가 이뤄지면 비대면진료는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길 실장은 “재진환자만 대상이 되면 향후 이용자들에게 방문기록이 없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 대면방문 이후 진료요청을 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일영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한시적 허용 정책을 상시 정책으로 전환하려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데 절대적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처방약 오배달 등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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