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루 여러 부위 초음파도 의학적 근거 있어야
중중환자 신속 치료 위해 응급가산 확대···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신설
‘뼈 휘는’ 구루병 약값, 5월부터 건보 적용…연 2억원→1000만원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서 의결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앞으로 수술 전에 무분별하게 시행되던 상복부 초음파나 같은 날 여러 부위에 대한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 제동이 걸린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2023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개최했다./제공=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2023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개최했다./제공=보건복지부

또 오는 6월부터 환자 생명과 직결되고 의료진 부담이 큰 중증 응급·흉부외과 수술에 대한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는 이전보다 늘어나 보상이 강화된다.

이와 함께 소아 구루병 환자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5월부터 시작되며 요양병원의 감염예방관리 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감염예방관리료가 7월부터 신설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오후 2023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초음파 검사 적정 진료를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중증응급 수술 수가 가산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초음파 급여 기준의 경우 지난 2월 건정심에서 보고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다.

간, 신장 등의 이상을 검사하는 상복부 초음파는 전 정권에서 이뤄진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따라 2018년부터 건보가 적용됐다.

초음파 급여기준 및 심사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초음파 급여기준 및 심사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남용 사례가 지적되면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더불어 재검토 대상이 됐다.

이번에 급여 기준이 조정되는 초음파는 ‘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와 ‘다부위 초음파’다.

상복부 질환이 아닌 근골격계 등 정형외과 수술을 할 때도 수술 중 문제가 생길 위험을 알아보는 위해 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보 적용이 되다 보니 간수치 이상 등과 같은 뚜렷한 사유 없이도 무분별하게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 검사 중 상복부 질환 외 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86%에 달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또 감사원에 따르면 상복부 질환이 아닌 근골격계 수술을 하면서 상복부 초음파를 시행해 급여를 청구한 건이 3년간 1만9000여 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학회가 참여하는 급여기준개선협의체 논의를 거쳐 상복부 질환 외의 수술 전에 위험도 평가 목적으로 하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상복부 질환이 의심돼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로 보장하기로 했다.

의학적 필요성은 없지만 환자가 원할 경우에는 상세한 설명과 함께 비급여 동의를 받고 검사할 수 있다. 상복부 이상에 따른 상복부 초음파는 기존 기준에 따라 계속 급여가 적용된다.

또 같은 날 여러 부위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부위별로 검사가 필요한 의학적 판단 근거가 검사 전 진료기록부 등에서 확인돼야 급여로 인정된다. 지금까진 뚜렷한 제한이 없어 같은 날 5개 부위에 동시에 초음파를 촬영해 급여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학적 근거 없이 일률적 검사 경향을 보이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기관 단위 심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개선안은 행정예고를 거쳐 상반기 중 고시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현재 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뇌·두경부 MRI 급여기준 및 심사개선 방안은 상반기에 건정심에 추가로 보고될 예정이다.

중증응급 수술 가산 및 흉부외과 수술 수가 개선/제공=보건복지부
중증응급 수술 가산 및 흉부외과 수술 수가 개선/제공=보건복지부

건보 재정건전성 개선과 동시에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강화된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고 24시간 이내에 수술 등 최종 치료까지 받으면, 6월부터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용(수가)에 100%를 더해 지급하는 내용이다. 가산 폭이 현재 50%에서 두 배로 확대했다. 공휴일 야간 시간대(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에는 100%를 추가 적용해 200%까지 보상한다.

복지부는 이 같은 ‘수술 가산’을 중증응급환자가 내원하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42곳)와 권역외상센터(14곳)에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대상 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무 강도가 높은 흉부외과 수술은 따로 진료비용을 책정하는 식으로 보상 수준을 개선한다. 6월부터 보상이 강화되는 수술에는 대동맥 박리 수술과 소아심장수술 등이 포함됐다. 대동맥 박리 수술은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 파열로 혈관 벽이 갈라지는 질환이고, 소아심장수술은 국내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20명 안팎에 불과할 만큼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건정심은 노인·만성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감염예방관리 질 향상을 위해 7월부터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하는 안도 의결했다.

5월부턴 소아 구루병 환자 치료제 3개 품목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구루병은 칼슘과 인 대사 장애로 뼈 발육에 장애가 생겨 키가 안 크고 뼈가 휘어 척추가 변형되거나 오(O)자형 다리가 되는 질환이다.

유전성 소아 구루병 환자 치료제인 ‘크리스비타주사액(성분명 부로수맙)’은 그동안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1명당 연간 투약 비용이 약 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다음 달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연간 환자 부담이 최대 1000만여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건강보험 대상은 기존 치료제를 6개월 이상 계속 투여했는데도 조절되지 않는 만 1∼12세 이하 소아다. 성장판이 열려있다면 만 18세 미만까지 적용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건강보험 한시 수가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될 경우, 코로나19 지정병상 외 일반병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통합격리관리료 등 일부 입원 수가를 차등 적용한다. 그 외 외래진료와 진단검사 수가는 유지된다.

향후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되면 입원·외래진료 및 진단검사 등에 대한 한시적 코로나19 수가는 종료한다.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건강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진단검사(PCR)와 같은 일부 항목에 대한 급여를 유지할 계획이다.

정성훈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한시적으로 이뤄졌던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감축해 효율화하되, 국민들께서 코로나 진료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꼭 필요한 지원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건정심 회의에서는 성장기 장애아동의 발 보조기(인솔) 급여 수가 신설안을 마련했다. 급여 대상은 18세 이하 지체·뇌병변·발달(지체·자폐) 장애 아동으로 변형된 발의 교정·보완 및 보행장애 개선이 필요한 경우이며, 기준 금액은 양쪽 20만원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 급여를 적용할 예정이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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