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머스크 '트위터 인수' 이후 기후위기 부정 트윗·댓글 급등 
'표현의 자유' 앞세워 콘텐츠 검열 사실상 폐기…무더기 해고까지 
새 CEO 임명된 린다 야카리노, 머스크 견해 지지하는 광고 전문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소셜미디어(SNS) 트위터가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집합소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 사(社)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기점으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폭력적인 트윗이 폭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주장에 기반한다. 트위터는 최근 새 CEO로 광고 전문가인 린다 야카리노를 임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이 트위터에서 과학자들을 악의적인 공격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일부 과학자들은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트위터에서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사람들의 악성댓글이 크게 증가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한 과학자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의 우선순위를 정하던 주요 인사들이 해고됐으며, '지속가능성' 관련 부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기후위기에 대해 거짓 주장을 퍼뜨렸던 사용자들의 계정이 복원됐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마크 매슬린(Mark Maslin) 교수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욕설과 무례한 댓글을 너무 많이 봤다"며 "저는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때문에 (더욱)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또, 매슬린 교수는 트위터에서 과거 '지속가능성' 부서의 한 책임자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했으나,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그가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또, '지속가능성' 부서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최상단에 배치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현재 트위터는 그들이 모두 해고 당하면서 "황무지"가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통계학자 더그 맥닐(Doug McNeall)은 머스크가 트위터 CEO로 임명되기 전부터 트위터에서 많은 계정을 차단하거나 뮤트(mute)했다고 말했다. 뮤트는 트위터 사용자가 특정인의 게시물에 대한 '알림'을 받지 않는 기능이다. 

그는 "트위터가 제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저는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포함해 기후위기 회의론자들과 수년간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영국 레딩대학교에서 기후과학을 연구하는 에드 호킨스(Ed Hawkins) 교수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트위터 계정에서 음모론이 크게 증가했다며, 많은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계정이 트위터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댓글이 더 높은 순위에 표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댓글의 상당 부분이 개인적이고 모욕적인 내용"이라며 "기후 과학자들의 인기 있는 트윗은 이제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대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과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런던대학 연구진의 분석을 인용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트윗이 2020년 22만 건, 2021년 65만 건에서 2022년에는 85만 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기후위기가 사기라는 의미의 '기후사기'(Climatescam)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은 전체 기후위기 부정 트윗의 40%를 차지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에는 기후위기 부정을 다룬 트윗 중 '기후사기'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은 2%에 불과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기후사기'는 트위터에서 '기후'를 검색할 때 '기후위기'나 '기후비상'보다 더 상위에 뜨는 연관검색어로 자리잡았다. 

이와 관련해 국제네트워크 '허위조작정보와 싸우는 기후행동'(Climate Action Against Disinformation)은 "머스크의 새로운 트위터 검열 방식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로 보인다"며 "트위터 사용자들은 허위 및 선동적 진술을 포함한 트윗이 규제당하는지 알기 위해 '기후사기'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렸고, 이후 규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용자들이 기후위기 부정에 대한 계시글을 더 많이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최근 머스크는 새 트위터 CEO로 린다 야카리노 전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를 임명하고 "야카리노는 주로 비즈니스 운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위터의 수익 창출이 줄어든 부분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콘텐츠 검열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상당수 광고주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머스크 인수 전 트위터의 최대 광고주 100개 사(社) 중 37개사는 올해 1분기 트위터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 다른 24개사는 트위터 광고비를 전보다 80% 이상 줄였다. 때문에 트위터의 가치는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카리노는 NBC유니버설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으며 광고 전문가로 통한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광고 거대 기업인 그룹M(GroupM)이 과거 야카리노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야카리노는 광고주들이 광조 지출을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트위터의 CEO 교체가 다시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거짓 주장을 검열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 머스크가 야카리노를 새 CEO로 임명한 이유는 오롯이 줄어든 광고를 늘리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야카리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무더기 해고 등으로 비판을 받을 때도 그를 지지했으며, '표현의 자유 극대화' 경영에 격하게 동감하기도 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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