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기간 음주한 사실이 있다며 사과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김광현이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기간 음주한 사실이 있다며 사과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김광현(35ㆍSSG 랜더스)은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프로야구 역대 통산 다승 공동 4위(152승)를 기록 중이다. 2008년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5차례나 경험했다. 2020시즌부터 2시즌 간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도 7개 대회에 출전해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3.92를 올렸다.

김광현은 야구인, 언론, 팬 모두에게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구 외적으로도 모범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난 시즌부터 승리를 거둘 때마다 사비를 털어 팬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등 팬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적극적인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SSG 영구결번은 물론 KBO리그 은퇴 투어도 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그에 대한 신망은 땅에 떨어졌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술판 논란을 일으켜서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는 일부 대표팀 선수가 도쿄 시내의 한 유흥업소에 출입했고, 경기 당일 새벽까지 음주했다고 전했다. KBO 사무국은 보도가 나온 뒤 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유일한 구단인 한화 이글스를 뺀 9개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았고, 김광현과 이용찬(33ㆍNC 다이노스), 정철원(24ㆍ두산 베어스)은 술집에 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일본 프로야구팀과 평가전을 오사카에서 치르고 본선 1라운드 장소인 도쿄로 이동한 3월 7일과 경기가 없는 휴식일(3월 11일) 전날인 10일 오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또 여종업원의 술자리 동석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나타나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제대회 기간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팀의 베테랑으로 생각이 짧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전날 음주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회 기간 중 술집에 드나든 것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볼 수 있다. KBO 규약에는 소집 기간 국가대표로서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다. KBO는 조만간 세 선수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징계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은 김광현의 커리어에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커리어에 먹칠을 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김광현 스스로다. 그릇된 판단으로 저지른 일탈에 팬심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었다.

공든 탑을 쌓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김광현이 15년간 쌓은 공든 탑도 이번 사건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모든 선수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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