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실 상황 맞춰 규제 영역도 각양각색...관련 유관사들 촉각 예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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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그동안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원칙’은 유명무실했다. 2013년 5월 법개정 이후, 대체거래소(ATS) 신설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를 필두로 새 시장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최선집행원칙의 현실 적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선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가 고객의 청약이나 주문을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 이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최선집행 관련 규정의 핵심 내용은 다수 선택지 중에서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이에 대한 비교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의 독점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선집행의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슈가 발생할 사안은 아니었단 의미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가 올해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거쳐 빠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면, 최선집행을 위해 금융투자업자는 자체 규정 마련과 집행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진다.

이와 같은 최선집행의무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순간부터 주문이 결제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적용된다. 이와 같은 절차는 크게 주문집행 전, 주문집행 과정, 주문집행 후로 세분화해 이슈를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금융투자업자는 주문집행 전에 최선집행을 위한 적절한 정책과 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내용을 사전에 공표해야 한다. 고객의 주문을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명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주문집행 과정에선 금융투자업자가 고객의 주문이 최선의 조건에서 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주문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최상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투자업자의 입장에선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조건을 일관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적합한 기준을 세우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으면 된다.

아울러 주문 체결 이후엔 집행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최선집행 여부를 점검하고 기준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반영해 수정한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엔 최선집행 준수 여부를 평가해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투자시장의 환경이란 이렇게 일반적인 원칙으로 뭉뚱그려 적용하기에는 매우 복잡하다. ‘최선집행원칙’에 하나의 정답을 찾을 순 없다는 얘기다. 주문별 특성, 거래시장 상황, 고객 유형, 고객이 원하는 별도의 지시사항에 따라 최선의 거래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금융투자업자는 이와 같은 상황마다 판단의 근거가 될, 양적·질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금융상품, 투자자 유형 등을 기준으로 주문을 세분화해 가격·비용·속도·체결 가능성·주문 규모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검토하고 각 요소 사이의 상대적 중요도를 결정해 최선집행이 이뤄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험이 없었던 일이기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예상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따라서 이미 기존에 대체거래소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최선집행원칙의 기준 마련에 참고해 볼 수 있다.

대체거래소를 운영 중인 글로벌 각 국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최선집행원칙의 기준 중 하나는 투자자군을 구분하고 차별화하라는 규정이다. 즉, 소매고객과 도매고객이라든지 소매고객과 전문고객 등의 구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자군 유형화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금융시장이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개인투자자와 리스크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구분한다는 측면에선 대동소이하다.

가령 유럽 EC(European Commission)는 MiFID II에서 소매투자자의 경우 금융상품의 가격과 집행 관련 비용을 합친 총 대가를 기준으로 최선의 결과를 결정하도록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집행 비용이란 거래시장 수수료, 금융투자업자 수수료, 청산 및 결제 수수료 등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그에 반해 전문투자자는 가격· 비용·속도·실행 가능성 등 관련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호주 역시 유럽처럼 총 대가를 기준으로 소매투자자의 주문을 집행하도록 규정했으며, 일본도 2023년 1월부터 개인투자자에게 가격 우선 원칙을 적용하도록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했다.

대체거래소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인 미국의 경우 최선집행의무가 현행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 특이하다. 자율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와 지방정부증권규칙제정위원회(MSRB)가 최선집행을 위한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을 뿐이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에 대한 성명(statement)를 발표해 규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통합 관리를 위한 전국시장시스템(NMS)이 구축돼 있다. 이 NMS를 규율하는 제도가 최선집행원칙을 강제하고 있다. 즉, 각 거래시장은 전송받은 주문이 전국 최우선 매수매도호가(NBBO)가 아니면 이를 제시하는 다른 거래시장으로 주문을 회송해야 한다. 따라서 따로 법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 해도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를 불문하고 최선집행원칙이 충족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넥스트레이드를 필두로 우리나라에도 대체거래소 운영이 본격화된다면 지금까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를테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증권사의 HTS·MTS 인터페이스에 어떤 거래소를 이용할지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와 같은 금융투자업자들은 제도적으로 규정된 최선집행원칙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다. 이는 증권 IT 전문기업인 코스콤이 선보이고 있는 인프라다.

그런데 만약 투자자가 부득불 자신의 원칙으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현행법상 최선집행원칙을 준수했는지 판단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아예 고객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의미인데, 결국 시스템을 바꾸려 한다면 비용과 노력 등이 필요한 만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정립된 최선집행원칙이기에 고객에게 선택과 책임을 모두 내맡기는 게 본질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는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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