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SPOTV 제공
오재원. /SPOTV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오재원(38) 해설위원이 야구판의 ‘트러블 메이커’로 떠올랐다.

오재원 위원은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중계하던 도중 삼성 투수 양창섭(24)이 고의로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창섭은 이날 삼성이 7-13으로 뒤진 7회말 1사 1, 3루 최정(36) 타석 때 등판했다. 마운드에 오른 양창섭은 최정을 상대로 초구 한가운데 몰린 속구를 던졌다. 이후 몸쪽에 바짝 붙는 공 2개를 연거푸 뿌렸다. 3구째는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 양창섭은 4번째 공도 몸쪽으로 던졌고, 공은 최정의 유니폼을 스쳐 몸에 맞는 볼이 됐다. 최정은 잠시 양창섭을 노려보다가 1루로 향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오 위원은 "이것은 대놓고 때린 건데"라며 "난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고 발언했다. 양창섭이 1루로 향한 최정에게 모자를 벗고 사과하자 "이건 사과할 필요도 없고요"라고 말했다. 양창섭이 일부러 최정 몸에 공을 던졌다는 의미였다.

경기 뒤 양창섭과 오 위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로를 저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양창섭은 SNS에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탈무드 한 줄 명언'이라고 적힌 그림 하나를 게시했다. 오 위원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였다. 오 위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 탈무드"라고 적힌 그림 파일을 올렸다.

정황상 양창섭이 빈볼을 던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최정의 사구 이후 경기는 별 탈 없이 진행됐다. 양팀은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고, ‘보복 사구’도 나오지 않았다.

양팀 사령탑도 다음날 빈볼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원형(51) SSG 감독은 “고의냐 아니냐 떠나서 요즘은 그렇게 야구 안 한다. 저희 때 야구와는 다르다. 문화가 변했다. 요새 잘 친다고 해서 고의로 그런 상황을 만들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진만(47) 삼성 감독은 "투수는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한다. 최정이 몸쪽이 약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던진 것"이라며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호를 비판한 오재원 해설위원. /유튜브 채널 '덴 매거진' 캡처
박찬호를 비판한 오재원 해설위원. /유튜브 채널 '덴 매거진' 캡처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은퇴한 오 위원은 유니폼을 벗은 이후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올해 ‘말’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한 인터뷰에서 "(해설위원들의)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 그로 인해서 쌓이는 오해들이 정말 싫었다. 이 내용은 꼭 넣어달라. 난 코리안 특급을 매우 싫어한다"며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을, 그 감사함을 모르는 것 같다. 해설하면서 바보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야구 선배인 박찬호(은퇴)를 비난했다.

인터뷰가 공개되고 비난이 쏟아지자 오 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하루 동안 회초리를 맞았고 기분이 나쁘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에 대한 비난과 질책을 피하지 않겠다. 그리고 말을 하기 전,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새기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오 위원은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와 SSG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 마산중 야구부 선수가 NC 입단을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에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며 "두산 베어스나, 서울, LG 트윈스 쪽으로 올라갔으면 하는 말"이라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선수 시절부터 다혈질적인 성격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했던 그는 해설자로 변신한 뒤에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오 위원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언행이 경솔하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그의 발언이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야구인은 “소신 발언은 좋지만, 도가 지나친 발언으로 동업자인 야구계 선후배들을 공개 저격하는 등 제 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다. 야구 발전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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