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FIVB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FIVB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쇄신이 필요하지만, 대한배구협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자르 에르난데스(46ㆍ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34위)은 2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폴란드(8위)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23-25, 18-25 ,16-25)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를 12전 전패로 마쳤다. 지난해에도 VNL 12전 전패를 당한 한국 여자배구는 2년 연속 승리는커녕 승점조차 얻지 못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VNL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건 약 2년 전인 2021년 6월 15일 캐나다전(세트 스코어 3-2)이다. 이후 2021년 VNL을 3연패로 마감한 한국 여자배구는 2022~2023년 24패를 더해 VNL에서만 도합 27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양효진 등 황금세대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세대교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해도 너무 부진하다. 세계 무대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세자르 감독도 "한국 여자배구가 VNL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라고 인정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프로배구를 총괄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27일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우선 KOVO는 리그 사용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 스타 ‘그랜드 챔피언’ 공을 사용했으나 국제 대회와 여러 해외 리그에서 두루 쓰는 일본 미카사 ‘V200W’ 공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KOVO는 해외팀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프로 3년 차 이내 선수가 해외 리그에 진출하거나 신규 코치진이 선진 리그 지도자 연수를 가게 되면 해외 체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KOVO는 지난해부터 해외 우수 배구지도자 초청 기술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KOVO는 국가대표 지원금을 전달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포상금도 줄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배구 저변을 넓히기 위해 남녀부 14개 구단 유소년(초·중등부) 클럽팀이 참가하는 유소년 클럽 배구 대회를 열고, 유소년 클럽 선수 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남녀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대한배구협회는 조용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도력 논란을 겪고 있는 세자르 감독과 이해할 수 없는 동행도 이어가고 있다. 배구 저변 확대,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 유소년 육성 시스템 강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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