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종이빨대 그린워싱 논란'에도 추가 설명 부족
'탄소중립 시대' 막중한 역할…정책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큰 일을 맡아 책임이 무겁다는 뜻으로 맡겨진 일이 중대하지만 갈 길이 멀 때 쓰인다. 

최근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환경부가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그 빈자리를 종이 빨대가 채우고 있지만, 오히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데다 재활용도 안 된다는 문제 제기다.

금방 눅눅해지는 특성 탓에 종이 빨대를 선호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환경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어 크고 작은 불만들이 수면 아래에 뭉쳐 있었다. 그런 와중에 '종이 빨대의 배신'을 알게 됐으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논란의 근원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종이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때보다 5배 많다고 분석했다. 

빨대를 폐기하는 단계에서도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플라스틱을 해조류로 대체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로리웨어(LOLIWARE)의 기후 책임자 카루나 라나의 미국 미시간공과대학(MTU) 석사 논문에 따르면 모두 일반 쓰레기로 배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에너지수요량'과 '지구온난화 잠재력' 모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를 버릴 때 어느 쪽이 더 환경에 해로운지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매장 내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근거로 한 '환경 전과정 평가' 연구는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과정만 환경부 하에서 검증했을 뿐,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 과정에 대한 평가는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실제 환경부는 '종이 빨대가 상온에서 생분해가 가능한지'를 묻는 김형동 의원실의 질문에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종이 빨대 폐기 과정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정보 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한 셈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도 당사자(환경부)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오히려 정치적 책임이 없는 제지업계가 적극 나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종이빨대는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활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을 뿐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인 만큼 환경부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 관련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 여부도 얼마나 환경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가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이 2050년을 바라보고 있다. 갈길이 멀고 그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종이 빨대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 발표에서 끝날 게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중도원' 환경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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